이례적 강조 눈길…분배 소외 노동자 ‘불만 달래기’ 분석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노동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노조 문제를 언급하고, 공개적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후 주석은 7일 베이징에서 열린 ‘경제의 지구화와 노조’를 주제로 한 국제포럼에서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은 노조의 성스러운 의무”라며 “노조는 노동자의 이익, 특히 고용조건 개선과 임금 인상,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봉사해야 하며, 이를 통해 노동자가 경제 발전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노조의 지위와 역할을 중시하고 있다”며 “노조가 적절한 법과 제도 아래 활동하고 노동자들과 유대를 강화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의 노조 격인 중화전국총공회(총공회) 산하 조직들이 외국 노조는 물론, 국제노동기구와 교류 및 협력을 강화하도록 장려하겠다고 덧붙였다.
후 주석의 이날 발언은 경제 성장과 소득 분배 과정에서 소외된 노동자들의 불만을 노조를 통해 흡수함으로써 사회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올해부터 노동자들의 종신고용을 유도하는 노동계약법을 발효하는 등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총공회가 실제 산업현장에서 노조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총공회는 지난해 중국 최대 통신업체인 화웨이가 노동계약법의 종신계약 의무를 피하기 위해 노동자를 무더기로 해고했을 때도 제구실을 못했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150만개 산하 조직을 거느린 총공회에는 1억9300만명이 가입해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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