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무원 부정부패 심해져 척결 바라는 목소리 확산
중국의 전직 고위 관리와 학자들을 중심으로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공직자 재산신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리청루이 전 국가통계국장과 궁셴톈 베이징대 교수 등 50여명은 최근 후진타오 국가주석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오는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공직자 재산신고제를 입법화할 것을 촉구했다고 홍콩과 대만 언론들이 29일 보도했다. 대만 <문회보>는 이 공개서한이 공직자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의지를 시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처장과 현 서기 이상의 고위 간부를 대상으로 재산신고를 의무화하고, 이들의 부정부패를 감시할 독립적인 감찰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직자 재산신고제는 공산당의 위상을 높이고, 안정을 이끌 수 있는 제도”라며 “이를 통해 공직자들의 공공재산 횡령, 사유재산 침탈, 뇌물수수 등을 일거에 척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훙즈 산시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공직자 부패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재산신고제 건의는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서한에 서명한 이들은 지난해 물권법 통과를 앞두고, 반대 의견을 담은 공개서한을 띄운 바 있다. 물권법 제정은 국유기업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축적한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중국은 1988년 ‘공무원 재산과 수입 보고에 관한 규정 초안’을 마련하는 등 공직자 재산신고제 도입을 검토해왔으나, 20년이 된 지금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다. 중국 당국은 금융실명제가 실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산 허위 신고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1994년 공무원 재산수입 보고법이 입법 항목에 올랐으나, 이 또한 초안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취완샹 감찰부 부부장은 지난해 9월 “재산신고제는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막는 데 매우 유용한 제도”라며 “적절한 시기에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장밍안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청년보> 인터뷰에서 현재 심의 중인 공무원법은 공직자들의 월급과 상금·선물 등만을 신고하도록 규정해 공직을 맡기 전후의 재산 변동을 파악할 수 없다며, 재산신고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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