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수입 70% 급감 전망…산사태 후유증 우려
중국이 폭설에 묻혀 ‘우울한’ 춘절(설)를 보냈다. 수천만명의 귀성객이 고향을 찾지 못했고, 수백만명이 전깃불 대신 촛불로 밤을 밝혔다. 남쪽의 주요 관광지는 찾는 사람이 줄어 울상을 지었다. 눈이 녹으면서 산사태가 발생하는 등 폭설의 후폭풍도 우려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6일 이번 폭설로 중국 남부와 서북부에서만 수백만명의 농민공이 귀성의 꿈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한때 80만명의 귀성객이 몰렸던 광둥성 광저우역은 5일까지 발매된 380만장의 기차표 가운데 110만장이 환불됐다. 후난성 창사에선 1만2천명의 대학생이 기숙사에서 설을 보냈다. 고향을 찾지 못한 귀성객은 전국적으로 3천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주요 관광지에는 찬바람이 돌았다. 중국국제여행사 관계자는 인터넷 포탈 시나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춘절 기간에 여행사들의 관광수입이 70%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춘절 기간에 남쪽으로 단체여행을 계획했던 이들의 50%가 여행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남부의 명승지인 구이린은 이번 폭설로 도로 200여곳이 막히고, 전기선 100여개가 끊겼다.
상하이에선 전기를 아끼기 위해 건물을 화려하게 치장하는 경관등 사용을 금했다. 이 바람에 상하이의 명물인 와이탄의 야경도 사라졌다. 상하이에서 춘절 기간에 경관등이 꺼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1일 간 암흑에 갇혔던 후난성 천저우에는 5일부터 전기 공급이 재개됐지만, 전국적으로 수백만명이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집에서 촛불을 켠 채 설을 보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날씨가 다시 나빠지고 있다. 중국 기상대는 6일 ‘최악의 날씨’ 경보를 해제했지만, 이르면 9일부터 동남부에 다시 눈이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기상 악화로 도로와 철도가 다시 끊길 경우, 귀성객들의 복귀에 대혼란이 우려된다. 기상대는 특히 눈이 오지 않는 산간지방에선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대규모 산사태가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설 연휴에도 폭설 피해지역을 돌며 복구를 독려했다. 후 주석은 7일 폭설 피해지역인 광시장족자치구를 찾아 전력난을 겪고 있는 주민들을 격려했다. 원자바오 총리도 이날 구이저우의 산간 마을을 방문해 주민들을 위로했다. 후 주석은 5일 베이징에서 열린 단배회에서도 “폭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재민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중국에선 이번 폭설로 사망자가 80여명에 이르고 10조원의 피해가 난 것으로 추산된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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