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7% 돌파…과잉유동성 겹쳐 긴축 무색
중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금융위기에서 비롯한 세계경제의 침체가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돼 중국 당국의 고민이 한층 커지고 있다.
국가통계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달보다 7.1% 상승했다고 19일 밝혔다. 1996년 9월의 7.4%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8월 6.5%를 기록한 이후 9월 6.2%, 10월 6.5%, 11월 6.9%, 12월 6.5% 등 6개월 연속 6%를 웃도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은 폭설과 춘제(절)로 인한 식료품 가격 급등이 이끌었다. 지난달 식료품 가격은 1년 전보다 18.2%나 치솟았다. 여기에 국제 에너지값과 원자재값 상승이 더해져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도 6.1% 올라,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는 중국의 긴축정책이 먹혀들지 않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지난달 중국에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12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0%나 증가했다. 중국의 총통화(M2) 증가율도 20개월 만에 최대치인 18.9%를 기록했다.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려는 중국 통화당국의 노력을 무색케 하는 수치다.
이에 따라 중국이 세계 경제 침체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긴축정책을 완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줄어들고 있다. 리후이용 선인만궈증권 분석가는 “중국 경제당국이 외부요인보다 내부요인에 더 집중하고 있다”며 “다음달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마냥 긴축의 고삐를 죄기는 힘들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중국의 지난달 무역흑자는 195억달러에 이른다. 무역흑자가 200억달러 밑으로 떨어지기는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다. 순밍천 리먼브러더스 분석가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고 있지만, 금리를 계속 올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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