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사는 티베트인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중국 당국의 티베트 시위대 무력진압 중단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제민주연대·다함께 등 36개 시민·사회단체 함께 집회를 연 이들은 고국 가족들의 신변 안전을 우려해 입마개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시위에 참여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중·티베트 폭력중단 촉구…망명정부 수반 사퇴 비쳐
티베트 수도 라싸의 시위대 투항 시한을 넘긴 18일 대대적 검거 선풍이 불 것이라는 우려 속에 라싸 시내에는 초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라싸를 봉쇄한 중국 당국은 외신 기자들을 강제로 내보내는 등 보도 통제를 한층 강화했다.
라싸 주민들은 18일 인터넷을 통해, 무장경찰들이 운전하는 장갑차와 사병들이 탄 군용차들이 시내 주요 도로에 진을 치고 있어 비상계엄 상황을 방불케 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시내 주요 사원에는 병력이 대거 배치되고, 주변 도로 곳곳에 검문소가 설치돼 신분증과 여행 허가증을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방송들은 인민해방군 1만여명이 라싸 시내에 진입했으며, 가택수색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달라이 라마는 이날 폭력 사태가 지속될 경우 망명 정부의 수반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중국 정부와 티베트인 모두 폭력 사용을 자제할 것을 호소하며, “상황이 통제를 벗어나면 나는 완전히 물러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측근인 텐진 타클라는 “이는 티베트인들이 폭력의 길을 선택할 경우 달라이 라마는 비폭력주의자로써 사퇴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온건파인 달라이 라마가 사퇴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달라이 라마 쪽은 또 라싸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80명 이외에, 간쑤성 등에서도 19명 등 총 99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공식 사망자 수가 16명이라고 집계한 바 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이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직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지 정부와 유관기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최대한 자제하는 태도를 보였으며 신속하게 사건을 평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라싸에서 티베트인들의 추가 시위나 그에 따른 유혈 충돌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봉쇄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원 총리는 달라이 라마 등이 이번 시위의 배후조종 세력이라고 또다시 비난한 뒤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의 독립을 포기하고 티베트·대만이 중국 영토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대화 통로는 열려 있다”고 말했다.
티베트 정부는 17일 불법 취재·보도를 했다며 홍콩의 텔레비전·라디오·신문 기자 등 25명을 강제로 비행기에 태워 인근 쓰촨성 청두로 내보냈다고 홍콩 언론들이 전했다. 티베트 정부는 현재 외신 기자는 물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티베트 여행허가 신청서 배포를 중단한 상태다.
앞서 베이징시 하이뎬구의 중앙민족대학에서 티베트인 학생 50여명이 티베트 독립시위에 동조하는 연좌시위를 벌여 경찰이 출동했지만 충돌은 없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연합뉴스 m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