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망명정부의 수반인 달라이 라마가 18일 인도 다람살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다람살라/AP 연합
시위 주도한 티베트청년회, 사실상 ‘결별’
중 정부, 폭력진압 속 ’강-온파 분리’ 획책
중 정부, 폭력진압 속 ’강-온파 분리’ 획책
티베트의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시위가 중국 정부의 강력한 봉쇄에 막히면서 티베트 내부에서 강경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티베트의 ‘완전한 독립’을 요구하는 강경파가 주도함으로써 ‘고도의 자치’를 요구해온 달라이 라마의 온건노선이 타격을 받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달라이 라마가 17일 ‘폭력 사태가 이어질 경우 망명 정부의 수반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다.
달라이 라마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상황이 통제를 벗어나면 나는 완전히 물러날 수밖에 없다”며 중국과 티베트 모두 폭력을 자제할 것을 호소했다. 티베트 국민들이 폭력의 길을 선택하면, 비폭력주의자인 자신이 지도자로 남아 있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이번 사태를 주도한 것으로 지목한 ‘티베트청년회’는 티베트 망명정부 내부의 대표적인 강경파로 꼽힌다. 7만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이 조직은 달라이 라마의 지도력를 존중하지만, 그의 자치노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티베트의 완전한 독립이 이들의 목표다. 이들은 종교적으로도 티베트 불교의 특정 종파에 기울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티베트청년회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달라이 라마와 사실상 ‘결별’한 것으로 보인다. 체왕 리그진 회장은 17일 베이징 올림픽 거부운동을 거부한 달라이 라마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중국은 올림픽을 개최할 자격이 없다”며 “달라이 라마의 온건노선에 대한 티베트인들의 좌절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는 16일 중국이 티베트에서 문화적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으나, 올림픽 개최는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강경파는 망명정부 밖에서도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1995년 미국에서 설립된 국제티베트독립운동은 가장 급진적인 단체로 알려져 있다. 이들 역시 자치가 아닌 독립을 주장하며 온건파와 선을 긋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들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의심한다. 유럽에선 영국에 근거지를 둔 자유티베트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으며 조직적 결속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티베트 부족들 사이에서도 강경파가 힘을 얻고 있다. 14일 발생한 라싸의 시위에는 오체투지 순례로 유명한 캄바티베트족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티베트족 가운데서도 원리주의적 불교관을 신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이 부족들 내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을 경우 중국 정부의 종교적 침탈에 대한 비타협적 노선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달라이 라마의 사퇴 가능성 언급은, 티베트의 자치를 요구하는 온건파의 입지가 축소됐음을 뜻한다. 중국 정부와 대화를 통해 자치를 추구한다는 이들의 비폭력 평화노선은 이번 사태가 폭력적으로 진압되면서 설 땅이 줄어들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시위를 주도한 이들에게 ‘극소수’ ‘폭도’ ‘범죄’라는 꼬리표를 붙인다. 달라이 라마를 분리주의자로 부르는 것에 비하면 훨씬 격한 표현이다. 이들을 달라이 라마 중심의 온건파와 분리시키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원자바오 총리가 18일 달라이 라마와 대화의 통로가 열려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이런 상황에서 나온 달라이 라마의 사퇴 가능성 언급은, 티베트의 자치를 요구하는 온건파의 입지가 축소됐음을 뜻한다. 중국 정부와 대화를 통해 자치를 추구한다는 이들의 비폭력 평화노선은 이번 사태가 폭력적으로 진압되면서 설 땅이 줄어들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시위를 주도한 이들에게 ‘극소수’ ‘폭도’ ‘범죄’라는 꼬리표를 붙인다. 달라이 라마를 분리주의자로 부르는 것에 비하면 훨씬 격한 표현이다. 이들을 달라이 라마 중심의 온건파와 분리시키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원자바오 총리가 18일 달라이 라마와 대화의 통로가 열려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