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무장경찰들이 25일 수도 카트만두의 중국 비자발행처 앞에서 중국의 티베트 탄압에 항의하는 티베트불교 승려들을 끌어내고 있다. 카트만두/AP 연합
쓰촨성 수백명 시위…더타임스 “시위대 2명 사망”
중국 “공안 1명 사망”…올림픽 거부운동도 본격화
중국 “공안 1명 사망”…올림픽 거부운동도 본격화
티베트의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흘 남짓 불씨를 이어가고 있다.
쓰촨성 티베트계 주민 거주지에선 24일 다시 격렬한 시위가 발생했다. 이날 쓰촨성 남부 간쯔짱쭈자치주 루훠현에선 티베트인 승려와 주민 수백명이 “달라이 라마여 영원하라” “티베트에 자유를 달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오후 4시께 승려들이 지방정부 청사를 향해 행진하자, 거리에 나와 있던 농민과 유목민들이 가세해 시위가 확대됐다. 영국 <더타임스>는 중국 공안이 이들에게 총을 쏴 승려와 농민이 1명씩 숨지고, 10여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칼과 돌로 무장한 폭도들이 ‘폭동’을 일으켜 공안 1명이 숨지고, 여러명이 다쳤다고만 전했다. 통신은 또 공안들이 이들의 불법 폭력행위를 진압하려고 경고사격을 했다며, 시위대에 대한 발포설을 부인했다. 중국 당국은 쓰촨성에서만 이날까지 ‘난동’과 관련해 381명이 자수했다고 밝혔으나, 티베트 망명정부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체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올림픽 성화가 채화된 그리스에서 기습 시위가 발생하는 등 베이징 올림픽 거부 운동도 본격화하고 있다. ‘국경 없는 기자회’의 로베르 메나르 사무총장 등 3명이 그리스 올림피아의 성화 채화식 행사장에 들어가 기습 항의시위를 벌인 데 이어 ‘자유티베트’ 등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는 외국 단체들을 5개 대륙 20개국에서 136일 동안 진행될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경로를 따라가며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성화는 오는 5월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을 거쳐 라싸 등 티베트를 관통할 예정이어서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5일 중국 정부에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며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거부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티베트 수도 라싸 곳곳에서 대규모 가택수색과 검거 선풍이 부는 가운데 티베트 동부에선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티베트 이니셔티브’는 24일 중국 당국이 라싸의 주요 사원으로 들어가는 식량과 식수를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볼프강 그라더 회장은 “승려들이 사실상 사원에 연금돼 있다”며 “식량 차단이 지속되면 인권 재앙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재 라싸에는 1만여명의 공안과 인민해방군이 진을 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사태로 체포된 시위대와 승려들이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24일 워싱턴을 방문한 프라납 무케르지 인도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중국 정부가 달라이 라마와의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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