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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라싸 ‘통제된 취재’…“자유를 달라” 승려들 기습시위

등록 2008-03-27 21:20수정 2008-03-27 23:52

중국 안내원이 끌어내…주민 인터뷰도 엄격통제
외신기자들에 방화·약탈 담긴 비디오 시청하게
중국 당국이 ‘평온을 되찾은 티베트’를 보여주고자 27일 외신 기자들을 독립요구 시위의 진원지였던 티베트 라싸의 조캉사원으로 안내했으나, 승려들의 기습 ‘시위’가 벌어져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캉사원에 들어선 기자들을 에워싼 승려 30여명이 “자유를 달라”며 외치는 모습이 <에이피티엔>(APTN) <알자지라> 등 방송에 나왔다. 기자들이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대자, 이들은 서슴없이 억압의 설움을 터뜨렸다. 한 승려는 “달라이 라마는 이번 사태에 책임이 없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당국에 체포된 승려가 1천여명”이라는 주장에, 동료 석방과 달라이 라마 귀국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15분 가량 ‘시위’가 이어지자, 당황한 중국 안내원들은 외신 기자들에게 물러나라고 소리치며 승려들을 강제로 밀어냈다.

티베트인들의 분리독립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졌던 라싸는 곳곳에 당시의 상처를 안고 있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포탈라궁은 25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지만, 주변 거리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 썰렁했다. 한 초등학생은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공항에는 철모를 쓰고 방탄복을 입은 무장경찰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홍콩 <문회보>는 “라싸에는 여전히 불안한 기운이 남아 있었다”고 전했다.

외국 언론의 라싸 ‘취재’는 중국 당국의 엄격한 통제 아래 이뤄졌다. 시위 현장을 둘러보고 당시 피해를 본 주민들을 만나는 것도 모두 정해진 일정에 따라 진행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포탈라궁 광장에서 주민들을 인터뷰할 기회를 얻었으나, 광장엔 주민들보다 사복 경찰관들이 더 많아 보였다”고 전했다.

외신 기자들은 저녁에 호텔에서 당시의 시위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물을 단체로 시청했다. 흉기를 든 시위대가 뒷골목에 모여 있는 모습과 시위대의 방화·구타·약탈 장면, 시위대가 이슬람 사원을 공격하는 장면 등이 나왔다. 무자비하게 진압한 무장경찰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시위가 가장 격렬하게 벌어졌던 동쪽 티베트인 거주지역의 주요 거리는 여전히 교통 통제가 이뤄지고 있었다. 거리 주변 상점들은 대부분 철문을 굳게 내린 상태였다. 안내원들은 “아직 불법 분자들이 모두 체포되지 않았으니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홍콩 <문회보>가 전했다.

정부 관리들은 티베트 관광을 조만간 재개할 것이라며 질서 회복에 성공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상점을 운영하는 한 한국인 남성은 “손님이 없어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경제적인 측면도 이번 사태의 한 요인이라며, 악착같이 생업에 최선을 다한 후이족(회족·무슬림)의 타격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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