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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베이징 올림픽, ‘화해의 등불’ 될까 ‘민족주의’ 불붙일까

등록 2008-03-31 21:01수정 2008-04-01 08:45

성화 천안문 광장 도착
베이징 올림픽을 밝힐 성화가 31일 베이징의 상징인 천안문(톈안먼) 광장에 도착했다. 성화는 4월1일부터 ‘화해의 여정’으로 명명된 봉송로를 따라 지구촌 곳곳을 누비는 대장정에 들어간다. 그러나 티베트 사태로 불거진 중국 안 소수민족들의 분리독립주의와 이에 맞서는 중국의 민족주의가 성화봉송을 계기로 내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후진타오 경비 삼엄 환영식
“티베트 보도 중국분열 노려”
인터넷서 노골적 반감 활활
일부선 “종교자유 줘야” 비판

■ 화해의 여정=그리스 아테네를 출발한 성화는 특별기 편으로 이날 오전 8시55분께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환영식에는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후 주석이 올림픽 성화 봉송 개시를 선언하자 우레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시진핑 부주석은 “13억 중국 인민을 대표해 성화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환영식은 중국 육상의 영웅 류샹이 성화봉을 들고 광장을 돌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성화는 이날 베이징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1일부터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를 시작으로 130일 동안 19개국을 거치게 된다. 13만7천㎞에 이르는 이 성화 봉송로는 올림픽 역사상 가장 길다. 성화는 27일 서울을 거쳐 평양으로 넘어간다. 5월4일부터는 하이난섬을 시작으로 중국 113개 도시를 돌아 8월6일 베이징으로 돌아온다. 성화는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넘어 티베트도 통과할 예정이다.

환영식이 열린 천안문 광장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광장으로 통하는 주요 도로와 지하철역은 철저히 봉쇄됐다. 앞서 30일 성화 인계식이 열린 아테네 파나테니안 스타디움 밖에선 티베트 사태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 티베트 사태 파열음=성화 봉송을 계기로 올림픽 행사는 본격화됐으나, 중국 안에서는 축제분위기보다는 티베트 사태를 둘러싼 날카로운 파열음이 더욱 커지고 있다.


티베트 사태를 계기로 올림픽 참가를 환영한다는 구호는 올림픽을 방해하지 말라는 날카로운 경고로 바뀐 지 오래다. 중국 언론은 티베트 사태를 보는 외국의 시각을 ‘중국의 분열을 획책하는 음모’로 몰아붙이는 민족주의적 공격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조국의 분열을 막는 수호자를 자처하고, 이를 선전하는 관영 매체들은 외국 언론의 흠집을 찾느라 바쁘다. 베이징 주재 외국 언론사 사무실에는 중국인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친다. 기사를 통한 외국 언론 비난을 넘어서 ‘물리적 폭력’까지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티베트계 주민들에게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는 중국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에선 티베트 사태에 대한 정부의 강경진압을 옹호하는 댓글이 쏟아진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올림픽 개막식 불참 가능성을 거론하자 프랑스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분출하고 있다. 디브예시 아난드 영국 웨스트민스터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에서 중국이 티베트 사태가 국내에 끼칠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민족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족주의가 과열되자 이에 대한 비판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중국 지식인들은 최근 티베트계 주민들이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할 수 있도록 종교와 언론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서를 제출했다. 한 지식인은 <뉴욕타임스>에서 “달라이 라마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격은 1989년 천안문 사건 당시 민주지도자들을 검은 손이라고 비난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며 “위기가 닥치자 정부가 본성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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