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시위외교’ 부활

중국 시위대가 후베이성 우한에서 19일 프랑스계 대형 양판점인 까프루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며 오성홍기를 흔들고 있다. 이들은 프랑스가 티베트 분리독립을 지지하고 있다며, 까르푸에 가지 말 것을 호소하고 있다. 우한/AP 연합

‘까르푸 불매’운동 ‘반프랑스’로 비화
각국 화교들 티베트 독립 반대 시위
‘민족주의 자극해 조직적 반격’ 풀이

프랑스 유통업체 까르푸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매운동이 ‘반프랑스’ 시위로 발전했다.

중국에서 외국 정부와 기업을 겨냥한 시위는 2005년 4월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움직임을 놓고 대대적인 반일시위가 벌어진 이후 처음이다. 중국이 국민들의 민족주의와 애국심을 자극해 이른바 ‘시위외교’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우한, 시안, 쿤밍, 허페이, 칭다오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 19일 프랑스 제품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시위가 일제히 벌어졌다. 시위대는 까르푸 앞에 모여 오성홍기를 흔들며 “프랑스 제품 불매” “티베트 독립 반대” “올림픽 지지” 등의 구호를 외쳤다. 프랑스 국기에 나찌의 문양을 그린 팻말도 등장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베이징에선 중관춘과 무역전시관 까르푸 앞에서 50여명이 시위를 벌였다. 한 참가자는 <경화시보>와 한 인터뷰에서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서방에 중국인들의 단결된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시위대 일부는 프랑스 대사관으로 몰려가 ‘입닥쳐 프랑스’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흔들었다. 1만여명이 시위에 참가한 허페이에선 화물차로 까르푸 매장 진입로를 봉쇄하기도 했다.

프랑스와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미국에서도 현지 화교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친중국 시위가 벌어졌다. 파리에선 6천∼7천명의 시위대가 ‘올림픽을 장벽이 아닌, 다리로 만들자’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티베트 독립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영국과 미국에선 <비비시>(BBC), <시엔엔>(CNN) 건물 앞에서 티베트 사태에 대한 편파보도를 비난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번 시위는 국제사회 일각의 티베트 지지와 올림픽 불참 움직임에 대한 중국 민족주의의 조직적인 반격으로 풀이된다. 중국에선 2005년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과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움직임을 비난하는 대규모 반일시위가 벌어졌다. 당시 상하이와 선전, 청두 등지에선 시위대가 일본계 백화점과 식당 등을 공격해 외교 문제로 비화했다.

그러나 이날 시위에서 폭력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시위대에 이성적 행동을 촉구하며 시위의 폭력화를 통제하고 있다. 선전에선 중국 당국에 의해 시위가 원천봉쇄됐다고 홍콩 언론들이 전했다. 에르 라드수 주중 프랑스 대사는 “파리에서 반중국 시위대의 공격을 받은 장애인 성화 봉송 주자를 만나 위로하고 싶다”고 밝히는 등 시위 격화를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호세 루이스 두란 까르푸 최고경영자도 “까르푸는 올림픽을 지지한다”며 몸을 낮췄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