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푸, 직원 오성홍기 옷 입혀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을 계기로 세계 곳곳에서 격렬하게 표출된 중국인들의 민족주의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중국인들이 예고한 ‘노동절 까르푸 불매운동’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프랑스계 할인마트 까르푸 매장을 ‘텅텅 비우는 것’이 목표다. 까르푸 쪽은 직원들에게 오성홍기와 올림픽 로고를 그려 넣은 복장을 입히면서까지 ‘결백’을 주장했지만, 중국인들은 귀담아 듣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 뉴스>는 지난 2주일 동안 12개 도시의 까르푸 상점 주변에서 시위가 일어났으며, 매출 감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올림픽 개최국 자격을 둘러싼 ‘소란’이 올림픽 기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우쉬 교수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대표선수단 간의 상호비방이나, 추한 대립 등 예기치 못한 일을 촉발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당국은 교육을 위해 홍보 전문가인 그를 초청한 상태다.
쑨원광 산둥대 교수 등 9명의 중국 학자들이 “중국인의 애국주의 정서가 갈수록 이성을 잃고 있다”며 “국수주의적인 외국인 혐오증은 결국 중국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는 등, ‘비뚤어진’ 민족주의에 대한 자성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들은 배려심 없는 중국 젊은이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검열을 통한 일방적인 교육에 몰입하는 당국을 비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인터넷과 문자메시지 등을 이용해 빠르게 친중시위가 국내외로 확산된 것은, 당국이 기존의 검열 수준을 낮추고 방관한 덕분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지난 26일 나가노현에서 열린 성화봉송 행사에 나타난 중국인 유학생 5천여명이 주일 중국대사관으로부터 경비를 지원받고 동원된 인원이라며, 이런 현상은 일본뿐 아니라 각국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중국 젊은이들의 과도한 민족주의가 곳곳에서 물의를 빚자, 관영언론들은 새삼 ‘이성적인 애국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코앞에 다가온 올림픽에서 끼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중국인들이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최악의 사태를 미리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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