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기자클럽 “최소 10명 살해협박 받아”
일부선 “왜곡보도 중국 몰이해 탓”
최근 폭력적으로 터져나온 중국 민족주의의 선봉대는 중국의 20대, 이른바 ‘바링허우’(80년 이후) 세대다. 이들의 분노를 폭발시킨 촉매제는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과 티베트 사태를 둘러싼 외신 보도다. 통제된 언론환경에서 중국 민주주의와 인권의 ‘도우미’로 여겨지던 외국 언론은 지금 중국 젊은이들의 ‘공적’으로 바뀌었다. 20년 전 89년 천안문(톈안먼) 사태 때와는 판이하다.
당시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 모여 민주화 시위를 벌였던 중국 젊은이들의 곁은 세계 각국에서 온 외신 기자들이 지켰다. 평화롭게 진행된 시위, 맨손으로 탱크를 막아선 젊은이, 수백수천명에 이르는 처참한 희생을 기록하고 그들의 투쟁을 세계에 알린 것은 모두 외신이었다. 중국 당국은 그들의 시위에 ‘폭동’이란 딱지를 붙였고, 관영언론은 침묵했다. 변화를 바라는 젊은이들은 외신 보도를 통한 국제적 관심이 중국 정부를 움직여주기를 간절히 기대했다.
외국 언론에 대한 중국 젊은이들의 태도가 지금처럼 180° 달라진 것은, 우선 조국을 바라보는 젊은이들의 눈길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치적 민주주의나 인권 의식이 부족하긴 하지만, 국제적 위상에 대해선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는 것이다. 덩샤오핑이 주도한 개혁·개방의 초기단계라고 할 수 있는 89년과 달리, 십수년간 10% 안팎의 고도성장을 구가한 지금의 중국 사회는 자신감에 넘쳐 있다. 공산당의 정책이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젊은 엘리트층의 주된 담론이 민주화에서 성장과 발전 쪽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젊은이들에게 중국 부상의 상징인 올림픽에 시비를 거는 외국 언론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중국인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는’ 티베트 문제가 비판적 보도의 핵심이 된 것도 외신에 대한 중국 젊은이들의 부정적 인식을 더해줬다. 서방 언론들이 중국 견제심리 때문에 편파적 보도를 하고 있다는 반론이 확산되기 쉬운 것이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티베트학연구소 로비 바닛 교수는 티베트 관련 서방의 보도에 “편향성이 확실히 보인다”며 “중국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든 문제가 중국 공산당 탓이라고 ‘상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의 통제된 언론 환경은 20년 전에 비해 그다지 달라지지 않다. 젊은이들은 관영 매체를 통해 소개된 외신 보도에 격분했지만, 중국에서 직접 외신에 접근하기는 매우 힘들다. 중국청년정치학원 신문방송과 잔장 교수는 “우리에게 <시엔엔>을 비판할 자유는 있으나, <시엔엔>을 볼 자유는 없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