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국은 공밥 먹나” 분노…‘지진 예측’ 인터넷 글 화제
“3개 시한폭탄 터져 올림픽 무산” 괴담 나돌아 사회불안
“3개 시한폭탄 터져 올림픽 무산” 괴담 나돌아 사회불안
중국이 올해 잇따른 자연재해와 사회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의 부흥을 과시할 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 폭설과 지진 등 자연재해가 잇따르면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민심도 흔들리고 있다. 홍콩의 한 역술가가 쥐띠해인 올해 중국에서 ‘3개의 시한폭탄’이 터져 올림픽이 무산될 것이라고 예언했다는 괴담 수준의 유언비어들까지 떠돌고 있다.
중국은 올해 초 남부 지역의 대폭설로 인해 그 지역 주민들이 극심한 민생고를 겪었다. 이 폭설 사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주식 폭락과 물가상승을 더욱 부채질해, 중국 서민들의 생활을 더욱 불안하게 했다. 사회불안 요소도 겹쳐 나타났다. 티베트 사태로 인한 티베트족 등 중국 소수민족들의 저항, 이에 따른 올림픽 성화 논란은 올림픽을 앞둔 중국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여기에 1976년 탕산 대지진에 버금가는 쓰촨 대지진까지 겹치자, 중국 민심은 이제 중국 정부를 향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누리꾼들은 인터넷에서 지진이 일어나자 정부의 무심함을 성토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동물들이 먼저 지진을 예보했는데, 정부는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다”며 “지진국은 공밥을 먹는 곳”이라고 따졌다. 다른 누리꾼은 “대지진이 마침 부처가 탄생한 날 일어났다”며 “생명을 방생하는 날 참극이 일어난 게 과연 우연이란 말인가”라고 물었다.
이런 흉흉한 민심은 목격자들의 증언과 피해 현장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확산되고 있다. 동영상 사이트인 유투브에는 어린이들이 책상 아래 숨는 모습과 회사원 수천 명이 건물 밖에 모여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영상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상하이의 한 사이트에는 “이번 지진의 피해자들은 중국의 경제성장이 낳은 희생자들”이라는 주장이 실렸다.
인터넷에선 일부 시민들이 지진이 일어나기에 앞서 직감과 고서에 근거해 지진을 예보한 글들이 적지 않다. 한 누리꾼은 지난 10일 구름의 움직임이 고서에 나타난 재해의 징조를 닮았다며, 며칠 안에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한 글을 올렸다. 지진이 일어나기 전 동물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는 소식도 인터넷에 번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이번 초대형 지진의 징후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쓰촨성의 지진 담당자 덩창원은 “지진이 발생하기 전 시행한 모니터링에서 평소와 다른 조짐이 없었다”며 누리꾼들의 예감을 일축했다. 그는 “지진을 예견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중국의 지진감지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쥐띠해인 올해 초에 홍콩의 한 역술가가 대륙에서 3개의 시한폭탄이 폭발해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지 못할 것이라고 점쳤다는 괴담이 퍼지고 있다. 이 역술가는 2월4일부터 3월5일, 6월5일부터 7월7일, 10월8일부터 11월7일 사이에 중국에 천재와 테러, 바이러스, 지진, 항공기 사고 등의 정치경제적인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올해 초 남부지역을 휩쓴 폭설과 이번 지진으로 증명됐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지진으로 다음달 15일부터 18일까지 청두 등지에서 열릴 예정이던 성화 봉송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런 괴담이 사회적 불안을 확산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은 12일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민심을 어지럽히는 유언비어를 철저히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청두/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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