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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대지진 구호활동으로 중국 시민사회 태동”

등록 2008-06-12 21:18

사회적 책임의식 싹터…NGO 활동공간도 생겨
부실공사·공직부패 비판 등 “정치참여 감각도”
쓰촨성 대지진의 폐허 속에서 중국 ‘시민사회’가 싹트고 있다. 12일로 발생 한 달을 맞은 쓰촨성 대지진이 중국인들의 사회적 책임감과 참여의식을 고취시키는 ‘여진’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들이 대대적인 구조활동과 자원봉사, 성금모금에 적극 뛰어들면서 사회 현안에 대한 오랜 무관심에서 깨어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1940년대 열강들의 지배에서 벗어난 중국에서 공산주의 정권이 수립된 이후 처음으로 근대적인 시민사회가 태동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수많은 사람들이 성금을 내고, 수많은 단체들이 봉사활동을 벌인 점을 들어 “이는 난민에 대한 동정심을 뛰어넘는 사회적 참여”라고 강조했다. 준 드레이어 미국 마이애미대 교수는 “중국에서 시민사회의 등장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하는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경직된 정부 기관들이 시민 생활의 대부분을 규제하는 중국에서 ‘비정부기구’들의 활동공간도 새롭게 생겼다. 이들은 비록 중국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의구심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자원봉사 활동을 조직하면서 나름의 역할을 발견했다. 이들은 구호·재건 과정을 지연시키고 이재민들을 분노케 한 관리들의 부패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성금의 투명한 사용을 촉구하는 데도 힘을 보탰다. 쟈시진 칭화대 비정부기구연구소 부소장은 “지진이 중국인들의 정치참여에 대한 감각을 일깨웠다”고 말했다.

언론들의 보도 지평이 일부 확대됐다는 분석도 있다. 당국이 정한 테두리를 벗어나기 힘든 이들 언론이 ‘나쁜 뉴스’에 대한 중국 선전당국의 일상적 통제를 뚫고 과감하게 지진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국영 텔레비전조차 지진 피해현장과 난민들에 대한 소식으로 화면을 도배했다. 좀더 적극적인 매체들은 한발 더 나아가 언론 자유와, 법에 의한 통치, 시민사회 발전이라는 민감한 화두를 제기할 태세다. 정치적 민주화를 가늠하는 주요 잣대인 언론 자유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나온다.

또 일반 중국인들의 눈은 피해 복구와 재건, 난민 이주와 정착에 대한 사회적 감시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중국인들은 이미 학교 부실공사 논란과 관리들의 부패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드러냈다.

이런 변화들은 중국 공산당의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시험대에 올렸다. 지금까지 집단행동이라면, 심지어 자신들을 지지하는 활동조차도 불신하고 경계해온 공산당 지도부로선 이번 사태가 공산당 일당 통치에 끼칠 영향을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들이 놀라운 순발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놓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지진 피해현장으로 달려가 지도력을 과시했다. 지도부의 총력 대응은 티베트 시위나 올림픽 불참 논란 등으로 불거진 내부의 균열을 봉합하고, 대다수 국민을 ‘국가 살리기’의 단일 대오로 묶어세웠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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