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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특파원리포트] ‘약자의 불만’ 둑 터지는 중국

등록 2008-07-06 19:51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지난 2일 중국 후난성 장자제의 한 동사무소에 한 남자가 자전거에 식당용 가스통을 싣고 난입하더니, 다짜고짜 가스통에 불을 붙였다. 폭발로 동사무소 유리창이 모두 박살나고, 건물 안에 있던 직원과 주민 12명이 상처를 입었다. 이 남자는 마을에 공장이 들어서면서 집이 헐리게 되자, ‘테러’를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28일 구이저우성 원앙현에서 벌어진 주민시위는 ‘민중봉기’를 방불케 했다. 주민 3만여명은 한 여중생이 고위 간부의 아들한테서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정부 청사를 불태웠다. 웡안현 사태는 주민들의 불만이 위험수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이곳에는 최근 광산과 댐이 들어서면서 집과 땅을 빼앗긴 주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권력은 무례하고 거친 태도로 주민들을 위협했다. 범죄조직이 활개를 쳤지만 공권력은 오히려 이들을 비호한다는 의혹을 샀다.

그렇지만 주민들의 불만을 들어줄 귀는 찾아보기 힘들다. 징톈쿠이 중국사회과학원 교수는 홍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웡안현 사태는 주민들의 불만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에도, 이를 드러낼 마땅한 통로가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사회적 불만이 절망으로 바뀌면서 폭력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에선 주민들이 청원을 통해 불만을 표시할 수 있다. 이는 돈없고 힘없는 백성들에겐 사실상 유일한 통로다. 베이징의 최고인민법원 근처엔 전국에서 올라온 1만여명이 청원자들이 마을을 이루고 산다. 이들은 이곳에서 머물며 하염없이 정부의 선처를 기다린다. 그러나 청원 1000건당 해결되는 것은 겨우 2건에 불과하다. 헤이룽장성에서 온 한 청원자는 철거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며 1년 넘게 이곳에서 머물다, 분신을 시도하고 나서야 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징 교수는 “정부가 대중의 불만을 해소하는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으면, 심각한 재앙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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