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국

[특파원리포트] 이런 식으론 중국 욕하지 말라

등록 2008-08-17 21:58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중국인이 무시하는 욕 5가지 ‘눈길’
애정어린 비판엔 오히려 감동받아
베이징 올림픽이 후반전으로 접어들면서 개최국 중국을 향해 온갖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베이징의 인공강우, 개막식 립싱크, 신장위구르의 유혈 사태, 경기장의 응원 과열, 선수들의 연령 의혹 등을 놓고 칭찬과 옹호, 비난과 질책이 오가고 있다. 마치 세계가 중국을 놓고 점수를 매기는 시합을 벌이는 듯하다.

개중에는 중국을 향해 거침없이 욕을 퍼붓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중국을 깔보고, 비웃고, 깎아내리길 주저하지 않는다. 그럼으로써 중국은 아직 멀었다는 자신의 평가를 정당화한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이런 욕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중국공산주의청년단이 내는 <중국청년보>가 최근 여기에 재밌는 답을 내놓았다.

중국이 가장 무시하는 욕은 ‘욕하지 않고서는 못배기는 이들의 욕’이다. 중국이 보기에 이들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맞서던 냉전의 향수에 빠져 있다. 예컨대 미국의 언론이 그렇다. 이들은 중국의 극소수 반정부 인사들을 받들어 모시고, 그럼으로써 중국을 변화시키려 음모한다.

이들의 욕은 그야말로 쇠귀에 경읽기다. 중국은 우리가 무엇을 하든 이들은 중국을 비난할 뿐이라며 등을 돌린다. 중국을 까맣게 칠할수록 이들은 하얗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의 금언은 “나는 욕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이고, 중국의 잠언은 “ 너는 욕하라, 나는 귀를 닫으마”가 된다.

‘어쩔 수없이 하는 욕’도 비슷한 대접을 받는다. 중국은 외국 언론이 기업의 눈치를 보느라 본심과 무관하게 중국을 욕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독일의 한 신문이 중국어를 잘하는 선수들의 입을 통해 중국을 객관적으로 묘사했는데도, 정작 제목은 ‘완벽하지만 품격이 없다’는 식으로 붙었다는 것이다.

<중국청년보>는 이 보도를 거론하며 이렇게 되물었다. “어떻게 완벽한 것에 품격이 없을 수 있느냐. 이는 마치 달걀에서 뼈를 찾으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당신들이야말로 천하제일이다.” 그런 욕은 무시하겠다는 심사가 역력하다.

‘하찮은 것을 크게 떠벌리는 욕’도 중국에 먹히지 않는다. 이런 욕은 중국의 작은 실수를 크게 부풀려 억지를 부리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 기자가 거기서 버스의 에어컨 온도가 너무 낮게 설정돼 있다며 중국 정부가 환경보호에 무심하다고 따졌다. <중국청년보>는 이런 욕은 특히 일본 언론의 장기라고 비웃었다.

중국은 ‘빙빙 에둘러 하는 욕’에도 무심하다. 한편으론 칭찬하고, 한편으론 비판하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들이 중국을 솔직하게 칭찬해야 할 때도 인권이나 환경 문제를 갖다 붙여 기묘한 균형을 잡는다고 비판한다. 중국의 이런 면은 훌륭한데, 전체적으론 아직 멀었다는 식의 이런 욕에 대해 <중국청년보>는 평상심을 유지하라고 충고했다.

중국이 듣고 싶어하는 욕도 있다. 그것은 ‘애정어린 욕’이다. 중국을 비판할 때도 중국에 대한 사랑을 숨기지 않는 그런 욕이다. 이런 욕을 하는 사람들은 중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면 중국인들보다도 더 안타까워 하고, 초조해 한다. <중국청년보>는 이런 비판은 중국을 감동시킨다고 추켜세웠다.

외국의 욕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결국 이런 것이다. 중국을 사랑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어떤 욕을 해도 우리를 움직일 수 없다. 당신은 지금 어떤 방법으로 중국을 욕하고 있는가?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