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미편중 견제했을 수도
중국 내 반한감정이 커지면서, 이를 다루는 중국 정부의 태도도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는 중국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미국 ‘편중’ 외교에 문제를 제기하는 ‘외교적 지렛대’로 반한감정을 묵인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한 투자분석가는 “이명박 정부가 한미동맹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중국 정부가 반한감정을 방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중-일관계가 악화됐을 당시 후진타오 주석이 <대장금>의 팬이라고 밝히는 등 한류가 절정을 이뤘지만, 현재는 중-일관계와 양안(중-대만)관계가 개선되고 한국이 외교적 ‘왕따’를 당하면서 반한감정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 중국 정부는 국민정서를 노련하게 ‘외교적 도구’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2005년 고이즈미 일본 전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반발해 중국에서 반일시위와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이 확산됐다. 올초 프랑스가 중국의 티베트 정책을 비판하고 올림픽 성화가 파리에서 시위대와 충돌하자 중국에선 대규모 까르푸 불매 운동이 일어났다. 당시 중국 정부는 이를 묵인하거나 적절한 선에서 통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올해 초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일본을 방문하고 중일관계가 급진전되면서 중국 관영 언론에선 쓰촨성 대지진 당시 일본 구조대의 활동이 대대적으로 소개되고, 반일 소지가 있는 드라마나 영화가 통제됐다.
반면 최근 한국 학자들이 쑨원을 한국의 후손이라고, 중국의 4대 발명품을 한국 것이라고 주장한다는 등 근거없이 날조된 오보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처가 취해지지 않았다. 중국 육상 영웅 류샹이 올림픽 경기를 포기하자 즉각 철저한 여론 통제를 통해 실망감이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한 중국 정부의 조처와 대조된다.
반한감정이 ‘문화주권안보를 위협하는 지나친 한류 확산’에 대한 중국 정부의 우려와 연결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 정부는 중화문명의 우수함을 과시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문화주권안보론’을 중시하고 있으며, 한국이 공격적 한류 마케팅을 벌이고 단오·인쇄술·혼천의·한의학의 원류로 자처하면서 이에 도전한다는 불쾌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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