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유강문 특파원
특파원리포트
최대 음료사 후이위안 M&A 눈앞
‘민족 명품’ 점점 줄어 반대여론 심화 난푸뎬츠, 샤오후스, 다바오…. 중국인들이 곧잘 엄지를 세워 자랑하는 ‘토종 브랜드’들이다. 난푸뎬츠의 건전지, 샤오후스와 다바오의 화장품을 모르면 중국인이 아니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국으로 치면 로케트 건전지나 아모레 화장품의 명성과 비슷하다. 중국인들은 이들 브랜드에 ‘민족 명품’이라는 찬사를 붙이곤 한다. 이들 브랜드가 최근 잇따라 외국의 다국적기업에 넘어갔다. 난푸뎬츠는 2003년 8월 미국의 질레트에, 샤오후스는 4개월 뒤 프랑스의 로레알에 넘어갔다. 다바오는 지난 7월 미국의 존슨앤드존슨에 인수됐다. 이들이 토종 브랜드의 족보에서 사라질 때마다 중국인들의 자존심엔 생채기가 늘어났다. 미국의 코카콜라가 여기에 굵은 소금을 뿌렸다. 중국의 주스업체 후이위안의 주식 66%를 23억달러에 매입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중국 과일주스 시장의 46%를 차지한 후이위안은 중국인들에겐 가장 친숙한 토종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100% 중국인들에게 100% 과즙을”이라는 구호로, 지난 16년 동안 성장가도를 달렸다. 코카콜라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후이위안의 주식을 주당 1.6달러에 사들일 계획이다. 인수 선언 당시 후이위안의 주가보다 세 배 가량 높다. 인수가로 보면, 중국은 물론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다. 코카콜라가 1979년 중국에 재진출한 이후 지금까지 중국 시장에 투자한 돈이 12억5천만달러라는 데서도 그 대담함을 짐작할 수 있다. 코카콜라는 이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중국 주스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속셈이다. 중국의 주스 시장은 올해 1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탄산음료 시장의 전망치 7%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중국의 천연음료 소비가 10년 안에 지금의 네 배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세계적인 탄산음료 수요 감소에 직면한 코카콜라로선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은 셈이다. 그러나 사정이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중국인들은 코카콜라의 후이위안 인수 제안에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실시한 찬반투표에서 9만여명의 참가자 가운데 87%가 반대표를 던졌다. “후이위안마저 넘어가면 이제 어디서 우리의 브랜드를 찾으란 말이냐”는 애국적 댓글이 잇따랐다.
코카콜라의 인수가가 너무 싸다는 비판도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의 주식시장이 침체한 틈을 타 거대 다국적기업이 토종기업을 날로 먹으려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코카콜라가 후이위안을 인수하면 포장방식을 바꿔 값을 올리거나, 농민들의 납품가를 낮출 수 있다며, 서민생활에 피해가 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더욱이 코카콜라는 지난달 발효한 반독점법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반독점법은 독점 규제와 경쟁 강화를 내세워 외국기업의 중국기업 인수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를 감추고 있다. 코카콜라의 인수 제안 직후 164%나 폭등했던 후이위안의 주식은 하룻만에 8% 가까이 폭락해 거래 성사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반영했다. 코카콜라는 1928년 중국에 처음 상륙했다. 이어 상하이를 시작으로 톈진과 칭다오에 속속 공장이 들어섰다. 그러다 1949년 신중국이 성립하면서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낙인찍혀 중국에서 추방됐다. 코카콜라의 해금은 1978년 중국과 미국이 국교를 수립한 다음해야 이뤄졌다. 중국이 지금 다시 코카콜라에서 ‘톡 쏘는 맛’을 느끼고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민족 명품’ 점점 줄어 반대여론 심화 난푸뎬츠, 샤오후스, 다바오…. 중국인들이 곧잘 엄지를 세워 자랑하는 ‘토종 브랜드’들이다. 난푸뎬츠의 건전지, 샤오후스와 다바오의 화장품을 모르면 중국인이 아니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국으로 치면 로케트 건전지나 아모레 화장품의 명성과 비슷하다. 중국인들은 이들 브랜드에 ‘민족 명품’이라는 찬사를 붙이곤 한다. 이들 브랜드가 최근 잇따라 외국의 다국적기업에 넘어갔다. 난푸뎬츠는 2003년 8월 미국의 질레트에, 샤오후스는 4개월 뒤 프랑스의 로레알에 넘어갔다. 다바오는 지난 7월 미국의 존슨앤드존슨에 인수됐다. 이들이 토종 브랜드의 족보에서 사라질 때마다 중국인들의 자존심엔 생채기가 늘어났다. 미국의 코카콜라가 여기에 굵은 소금을 뿌렸다. 중국의 주스업체 후이위안의 주식 66%를 23억달러에 매입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중국 과일주스 시장의 46%를 차지한 후이위안은 중국인들에겐 가장 친숙한 토종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100% 중국인들에게 100% 과즙을”이라는 구호로, 지난 16년 동안 성장가도를 달렸다. 코카콜라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후이위안의 주식을 주당 1.6달러에 사들일 계획이다. 인수 선언 당시 후이위안의 주가보다 세 배 가량 높다. 인수가로 보면, 중국은 물론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다. 코카콜라가 1979년 중국에 재진출한 이후 지금까지 중국 시장에 투자한 돈이 12억5천만달러라는 데서도 그 대담함을 짐작할 수 있다. 코카콜라는 이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중국 주스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속셈이다. 중국의 주스 시장은 올해 1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탄산음료 시장의 전망치 7%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중국의 천연음료 소비가 10년 안에 지금의 네 배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세계적인 탄산음료 수요 감소에 직면한 코카콜라로선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은 셈이다. 그러나 사정이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중국인들은 코카콜라의 후이위안 인수 제안에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실시한 찬반투표에서 9만여명의 참가자 가운데 87%가 반대표를 던졌다. “후이위안마저 넘어가면 이제 어디서 우리의 브랜드를 찾으란 말이냐”는 애국적 댓글이 잇따랐다.
코카콜라의 인수가가 너무 싸다는 비판도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의 주식시장이 침체한 틈을 타 거대 다국적기업이 토종기업을 날로 먹으려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코카콜라가 후이위안을 인수하면 포장방식을 바꿔 값을 올리거나, 농민들의 납품가를 낮출 수 있다며, 서민생활에 피해가 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더욱이 코카콜라는 지난달 발효한 반독점법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반독점법은 독점 규제와 경쟁 강화를 내세워 외국기업의 중국기업 인수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를 감추고 있다. 코카콜라의 인수 제안 직후 164%나 폭등했던 후이위안의 주식은 하룻만에 8% 가까이 폭락해 거래 성사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반영했다. 코카콜라는 1928년 중국에 처음 상륙했다. 이어 상하이를 시작으로 톈진과 칭다오에 속속 공장이 들어섰다. 그러다 1949년 신중국이 성립하면서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낙인찍혀 중국에서 추방됐다. 코카콜라의 해금은 1978년 중국과 미국이 국교를 수립한 다음해야 이뤄졌다. 중국이 지금 다시 코카콜라에서 ‘톡 쏘는 맛’을 느끼고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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