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몽골 쇠고기·티베트 차 등 ‘현대판 진상품’ 비난
내몽골 초원에서 방목한 소에서 호르몬 물질을 제거한 쇠고기, 티베트(시짱) 산기슭에서 수확한 자연산 차, 백두산(창바이산) 눈을 녹인 물로 재배한 쌀, 후베이성의 맑은 물에서 건져올린 물고기….
멜라민 분유 파문이 지구촌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특별설치한 기구를 통해 고위 인사들에게 최고급 원료로 만든 안전식품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각종 불량·저질·오염식품에 노출된 보통 중국인들은 이들 식품을 ‘현대판 진상품’이라고 부르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당·정·군의 지도부와 그 가족들, 퇴직한 부부장급(차관) 이상 간부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특별식품보급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이 26일 전했다. 2004년 설립된 이 센터의 고객 명단은 철저한 비밀에 붙여져 있으나, 그 수는 1천명을 넘지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초 이 센터의 한 책임자는 건강보조식품업체 관계자들과의 면담에서 “식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사람에 해로운 화학비료, 살충제, 항생물질 등이 널리 쓰이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가 보급하는 식품은 모두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것으로 국제 안전기준을 충족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최근 동영상으로 만들어져 중국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있다.
이들 특별식품은 과거 황제에게 바치던 진상품에 비견된다. 지린성 농업연구소 전문가들이 공들여 개발한 쌀은 극히 소량만 재배된다. 생산량의 대부분은 고위 간부들의 주거지 중난하이나 휴양지 베이다이허에서 사용한다. 일부는 시장에서 보통 쌀값의 15배에 팔린다. 엄격한 감독을 거쳐 생산된 육류와 채소류도 일부가 부유층에게 흘러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먹거리는 농약이 남아 있는 채소와 화학물질에 찌든 생선, 공업용 알코올로 만든 가짜 술, 유통기한이 지난 빵과자 등에 노출된 서민들에겐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7개월 된 손자가 멜라민 분유를 먹고 신장결석에 걸렸다는 중리쉰은 “식품 안전이 정부 고위 관료들만의 것이냐”라며 목청을 높였다. 인터넷에선 이들 특별식품을 즐기는 특권층을 비난하는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