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경착륙 막아라’…SOC·농촌에 집중 투자
중국이 9일 내놓은 4조위안(5860억달러·약 775조원)의 경기부양책은 일단 그 규모면에서 압도적이다.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3조3천억달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중국 정부가 그만큼 현재의 위기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다.
중국은 지금까지 투자(GDP의 약 45%), 수출(40%)에 의지해 성장해 왔으나, 최대 시장인 미국이 경제위기에 빠지면서, 중국의 투자와 수출 모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까지 중국의 대미 수출은 매년 20%씩 증가했으나, 올해는 0% 또는 그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월 이후 중국 제조업 중심지 광둥성에서만 7000개가 넘는 수출기업이 파산하는 등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연쇄도산 사태가 나타나고 있다. 대형 자동차업체들이 줄줄이 감원에 나서고, 실직자들이 집단시위에 나서는 등 사회불안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 4위 경제대국인 중국이 ‘경착륙’을 피하기 위해 빼든 카드는 국내소비(내수) 성장에 전력투구하는 것이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8일 “내수를 진작시키는 것은 중국이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 중국인들의 개인 소비는 일어나기 어렵다. 인구의 70% 정도가 거주하는 농촌의 빈곤 문제가 심각하고, 사회주의 정책 붕괴로 집값·의료비·교육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개인들의 가처분 소득은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이번 경기부양책의 초점을 사회간접자본 투자와 농촌 개발, 공공시설 확대 등에 두는 이유다. 당장 올 안에 저소득층 임대주택 건설, 농촌 지역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1000억위안이 쓰인다.
이번 조처는 세계 각국이 중국에 ‘세계 금융·경제위기의 해결사로 나서달라’며 구조신호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내놓는 답변이기도 하다. 중국이 경제성장을 유지해 세계 경제의 엔진을 멈추지 않게 하는 것이 해법이라는 것이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6일 <포브스>에 ‘중국 경착륙?’이란 글을 기고해 “그동안 세계경제를 움직여온 소비와 생산 부문의 양대 엔진 가운데 미국(소비)은 사실상 정지했고 중국(생산)도 멈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중국의 2009년 성장률이 7%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경착륙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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