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 전 대만 총통이 11일 타이베이 지방법원에서 병원으로 가기 위해 자동차 뒷자석에 앉아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는 법원에 이송되다가 머리를 다쳤다고 주장했다. 천 전 총통은 뇌물 수수 및 돈세탁 혐의로 12일 구속됐다. 타이베이/AP 연합
뇌물수수·돈세탁 혐의 등으로 교도소행
천 전 총통 “독립노선에 대한 탄압” 주장
야당, 비판 가세…국민당 “부패사건일뿐”
천 전 총통 “독립노선에 대한 탄압” 주장
야당, 비판 가세…국민당 “부패사건일뿐”
천수이볜 전 대만 총통이 뇌물 수수 및 돈세탁 혐의로 12일 구속됐다. 대만에서 전직 총통이 비리 혐의로 구속되기는 처음이다. 그러나 천 전 총통이 이를 자신의 대만 독립노선에 대한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나서 대만 정국에 파란이 예상된다.
타이베이 지방법원은 이날 천 전 총통에 대해 검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황쥔밍 대변인은 “천 전 총통 경리책임자의 진술과 환전 및 송금 영수증 등의을 통해 정황을 파악했다”며 “증거 인멸과 위증 우려가 있어 구속한다”고 밝혔다. 천 전 총통은 곧바로 타이베이현에 있는 투청교도소에 수감됐다.
앞서 대만 검찰은 11일 직위 남용 및 뇌물 수수, 공유재산 불법 전용, 돈세탁 등 5가지 혐의로 천 전 총통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돈세탁과 관련해 천 전 총통은 적어도 10억대만달러(3천만달러)를 미국과 일본, 스위스, 싱가포르 등지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천 전 총통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대만의 분리독립을 원하는 민진당과 지지자들을 억압하려는 국민당과 마잉주 정권의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천 전 총통은 변호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검찰은 정권이 써준 각본대로 움직였다”며 “이런 정치적 살인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항고를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인 민진당도 이에 동조해 정권 투쟁에 나설 태세다. 커젠밍 민진당 의원은 “마잉주 총통이 이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마 총통을 비난했다. 민진당이 실제로 국민당과 마 총통에 대한 투쟁에 들어갈 경우 대만 정국은 ‘대만 독립이냐 중국과의 화해냐’를 둘러싼 대결 구도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독립세력과 친중국 세력은 최근 천윈린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 대표단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도 격돌했다. 이 여파로 중국은 대만을 방문하려던 고위 간부들의 일정을 줄줄이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당과 마 총통은 천 전 총통의 구속에 정치적 고려가 작용하지 않았다며, 이번 사건을 단순한 부정부패 추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천 전 총통은 지난 5월 퇴임할 때까지 8년 동안 집권한 인기 정치인이었다. 재임 중 대만 독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았으나, 본인과 가족의 비리 혐의가 제기되면서 추락했다. 천 전 총통 부부와 자식들이 모두 피고인 신분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고, 최측근인 추이런 전 국가안전회의 비서장과 마융청 전 총통부 부비서장 등 8명이 구속됐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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