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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특파원리포트] 성장전사 ‘농민공’ 귀향눈물

등록 2008-12-14 19:20수정 2008-12-14 20:18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특파원리포트
허난성 헝양시는 요즘 몰려드는 ‘귀향공’들로 북적대고 있다. 도시로 나갔다 돌아오는 농민공들을 가리키는 이 말은 그 수가 불어나면서 ‘귀향파도’란 표현으로 발전했다. 중국의 경제 성장을 뒷받침해 온 농민공의 거대한 귀향은 30년 만에 찾아온 개혁개방의 위기를 상징한다.

헝양시는 해마다 100만명의 농민공을 도시로 ‘수출’했다. 올 들어 경기침체로 기업 도산과 공장 폐쇄가 잇따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달 말까지 이곳으로 돌아온 농민공은 3만여명에 이른다. 이제 헝양시는 이들 ‘수입’된 농민공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주느라 바쁘다.

중국의 귀향공들은 내년까지 2천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억1천만명으로 추산되는 농민공의 10%에 해당한다. 후난성을 비롯해 허난, 장시, 쓰촨성의 농민공 귀향율은 2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민공들의 귀향 행렬은 세계적 금융 위기가 본격화된 10월초부터 시작됐다. 광저우, 충칭, 우한, 창사 등 주요 도시의 기차역은 연일 귀향하는 농민공들로 만원을 이룬다. 지난 10월11일~ 27일 광저우역을 이용한 인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만명이나 늘었다.

귀향공들을 맞는 농촌의 심경은 복잡하다. 안 그래도 부족한 일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춘제(설)를 실직과 실업에 대한 불안감으로 보내야 할 형편이다. 도시의 불황 그림자가 농촌에까지 짙게 드리워지는 셈이다.

지방 정부는 귀향공들의 ‘월동대책’ 마련에 바쁘다. 중국 최대의 농민공 수출 지역인 후난성은 이들이 양식업이나 서비스업으로 전업할 수 있도록 직업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쓰촨성은 귀향공들을 대지진 피해 복구 현장에 우선적으로 재취업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밀려드는 귀향공들을 수용하기엔 힘이 달린다. 이 때문에 농민공들의 장기 실업이 농촌의 불만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공안부는 최근 농민공 실업대란이 폭동이나 사회 불안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귀향하는 농민공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민공은 중국 개혁개방의 산물이다. 지난 30년 동안 개혁개방을 거치면서 농민의 3분의 1이 농업을 버리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나섰다. 이들은 도시로 흘러들어가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산업역군’으로 헌신했다. 2차산업 종사자들 가운데 57.6%가 농촌에 호적을 두고 있다.


이들의 유출로 농촌은 피폐해졌다. 농촌에 남은 노약자와 부녀자, 아이들은 농민공으로 나간 이들의 송금에 의존해 생계를 이어가는 처지가 됐다. 중국농업대학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현재 중국 농촌에서 혼자 살고 있는 인구는 8700만명에 이른다.

중국은 경기 침체 탈출의 돌파구를 농촌에서 찾고 있다. 토지경작권 거래 허용, 가전제품 구입 보조비 지급 등 ‘중농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농민들의 1인당 소득을 2020년까지 현재의 2배로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도시를 키웠던 개혁개방이 농촌에서 새출발을 하는 셈이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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