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전망에 달러매입 축소 불가피
미국의 국채를 사들여 재정적자를 메워주던 중국도 올해엔 사정이 녹록치 않아,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역시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투자와 감세에 나서고 있어 재정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미국채를 비롯한 달러화 자산을 꾸준히 사들였으나, 앞으로는 그런 기조를 이어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8일 전망했다. 세계 경제의 침체가 깊어지면서 중국이 재정을 국외보다는 국내에 투입하는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올해 세수 감소와 지출 증가로 재정 운용에 큰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셰쉬런 재정부장은 5일 “경기 침체로 재정 수입이 줄어드는 반면,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지출은 늘어날 것”이라며 올해는 ‘재정적으로 매우 힘든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올해 재정적자가 5천억~6천억위안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지난해 10월 중국의 재정 수입은 1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중국 국유기업들의 순이익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줄었다. 중국의 재정 수입은 1978년 1132억위안에 그쳤으나 해마다 평균 14.1%씩 늘어나 2007년에는 5조1322억위안으로 무려 44배나 증가한 바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무역흑자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도 중국의 달러화 자산 매입을 제약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1월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401억달러였으나, 올해 중국의 월간 무역수지 흑자는 300억달러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4150억달러 늘어났던 중국의 외환보유고도 올해엔 1770억달러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달러화 자산 매입 축소는 미국의 재정적자를 확대하고, 경기 회복을 늦춰 세계 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현재 중국은 1조9천억달러로 추산되는 외환보유고의 70% 정도를 달러화 자산으로 구성하고 있다. 홍콩 동아은행 수석 경제학자 폴 탕은 “중국이 미국채 매입을 완전히 중단하지는 않겠지만, 그것은 투자적 관점이 아니라 정치적 행위일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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