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유강문 특파원
특파원리포트
“케인스가 아니라 덩샤오핑이다.”
중국 정부의 경제 위기 극복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새해 벽두부터 중국 내부에서 불거지고 있다. 재정과 통화정책을 총동원한 케인스식 경기부양책이 성공을 거둘 수 없을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된 것이다. 대안은 시장을 키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덩샤오핑식 개혁개방의 가속화다.
덩샤오핑의 부활을 촉구하는 대표적인 이가 쉬샤오녠 중국유럽상학원 교수다. 그는 최근 한 강연에서 “지금까지 케인스식 경기부양책이 성공한 예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단 한 번밖에 없었다”고 단언했다. 전후 대대적인 복구사업이 없었다면 그 역시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도발적인 주장이다.
곧바로 반론이 쏟아졌다. 아시아가 금융 위기에 휩싸인 1998년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보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그는 “그것은 케인스가 아니라 덩샤오핑의 성공”이었다고 맞받았다. “정부가 주택정책을 개혁해 부동산 투자가 왕성해졌고,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 등 개방을 확대함으로써 수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덩샤오핑의 추종자들은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오히려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따라서 그보다는 시장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민간기업의 창의력을 자극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구축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제안한다.
논란은 광둥성에서도 불거졌다. 지난 30년 동안 연평균 13%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며 중국 경제의 엔진으로 떠오른 광둥성이 세계경제 침체라는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리자 타개책을 놓고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이참에 저임금에 기반한 산업을 정리해야 한다는 ‘구조조정론’과 위기에 빠진 기업을 일단 살려야 한다는 ‘기업구제론’의 대립이다.
황화화 광둥성장은 “구조조정을 너무 급하게 하면 기업들이 모두 죽어나갈 것”이라며 구조조정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하는 중앙정부의 노선에 반기를 든 것이다. 그러자 왕양 광둥성 서기가 “지금이야말로 구조조정의 호기”라며 “광둥성의 기업들은 모두 늑대”라고 더욱 밀어붙여야 한다고 반격했다.
농촌 내수확대 정책도 논란에 휩싸였다. 중국 정부는 농민이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농민을 새로운 소비주체로 세우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이런 정책이 기업을 살리기 위해 농촌을 죽이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설 연휴 직전에 구이저우와 후난성의 농촌을 둘러본 화중과기대 조사팀은 농민들의 소득이 실질적으로 높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무모한 소비는 농촌의 빈곤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후진타오 주석이 나서, 중국 공산당 제17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내수 확대를 통한 경제성장 촉진이라는 지도부의 정책이 제대로 전개되도록 하라”고 일갈했다. 군소리 말고 따라오라고 불호령을 내린 것이다. 지금의 경제정책이 실패할 경우 권력투쟁이 벌어질 수도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논란이 확산되자 후진타오 주석이 나서, 중국 공산당 제17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내수 확대를 통한 경제성장 촉진이라는 지도부의 정책이 제대로 전개되도록 하라”고 일갈했다. 군소리 말고 따라오라고 불호령을 내린 것이다. 지금의 경제정책이 실패할 경우 권력투쟁이 벌어질 수도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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