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거부운동 등 잇딴 악재에 골머리
중국의 대표적인 방송사인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시청 거부 운동에 이어 로고 불법성 논란, 부속건물 화재 등 잇딴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교육부는 최근 CCTV 로고가 국가통용언어문자인 중국어로 로고를 표기하도록 한 규정을 어겼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수십년 동안 써온 영어 로고를 하루 아침에 폐기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 것이다. 교육부는 <베이징텔레비전>(BTV) <중국교육방송>(CETV)에 대해서도 로고 교체를 요구했다.
이에 BTV와 CETV는 즉각 수용 의사를 밝혔으나, CCTV가 반기를 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오랫동안 써온 로고를 쉽게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자 CCTV의 태도를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한 블로거는 “영어로 CCTV는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의미한다”며 로고 교체를 요구했다. 인민망의 인터넷 투표에선 CCTV가 로고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86%를 넘어섰다.
지난달엔 중국의 학자와 변호사 22명이 CCTV 시청 거부 운동을 제안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들은 “세뇌를 거부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CCTV가 수많은 돌발성 사건이나 집단시위 등을 보도하지 않는 등 사회적 모순을 공정하게 다루지 않고 있다”며 CCTV의 보도를 보지도, 듣지도, 접속하지도, 말하지도 말자는 4대 거부운동을 제안했다.
중국에서 국영매체의 보도 태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성명을 주도한 작가 링창저우는 홍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론 자유를 요구하는 지식인들의 목소리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이들이 발표한 성명을 인터넷에서 삭제했지만, 성명의 내용은 블로그 등을 통해 번지고 있다.
정월 대보름인 9일엔 신축 중인 부속건물이 전소되다시피하는 재난까지 겹쳤다. 베이징의 새로운 건축명물로 떠오른 CCTV 사옥 신축현장에서 일어난 이 불로 호텔 등이 입주할 예정이던 44층 규모의 부속건물이 대부분 불탔다. 베이징 시당국은 부속건물 옥상에서 폭죽의 잔해를 발견하고 화재와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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