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국가부주석
시진핑 ‘서방 비판’ 논란…중 정부 삭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중국의 문제들을 지적하는 외국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해 파문이 일고 있다. 중국 당국은 파문이 확산되자 인터넷에서 관련 내용을 삭제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시 부주석은 지난 11일 중남미 순방길에 들른 멕시코에서 화교들을 만나 “국제 금융위기에도 중국이 13억 인구를 먹여살림으로써 세계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며 “소수의 배부르고 할 일 없는 외국인들이 중국의 일에 함부로 이러쿵저러쿵 말하며 간섭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 부주석은 “중국은 혁명을 수출한 적도, 배고픔과 빈곤을 수출한 적도, 외국을 괴롭힌 적도 없다”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라고 거듭 불만을 표시했다.
중국 당국은 13일 주요 매체의 인터넷 사이트에 실린 시 부주석의 외국 비판 발언을 삭제하도록 지시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4일 전했다. 중국 당국이 국가지도자의 발언을 크게 선전하지 않고 축소하거나 삭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시 부주석은 평소 신중하게 처신을 해왔기에 그의 이번 발언은 외국, 특히 이른바 ‘서방’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불쾌감을 드러내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시 부주석의 발언은 서방 정부와 언론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중남미 순방길에 오른 시 부주석은 22일까지 멕시코를 비롯해 자메이카,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브라질, 몰타 등 6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후 주석도 사우디아라비와 말리, 세네갈, 탄자니아, 모리셔스 등 아프리카 4개국을 순방 중이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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