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깨고 마오쩌둥으로 돌아가자”
“경제위기는 시장경제 실패서 기인” 주장
자유주의자들 “위기는 감독부재 탓” 반박
“경제위기는 시장경제 실패서 기인” 주장
자유주의자들 “위기는 감독부재 탓” 반박
베이징 대학가에 자리잡은 서점 ‘우요우즈샹’(유토피아). 중국 좌파들의 살롱으로 통하는 이 책방은 요즘 부쩍 찾는 이가 많아졌다. 토론회가 열리는 날엔 아예 북새통을 이룬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연일 격한 토론이 벌어진다. 이곳에서 시장경제와 자유주의는 사회주의의 이름으로 난도질을 당한다.
이곳은 요즘 사업적으로도 번창하고 있다. 6년 전 문을 열 때만 해도 120㎡에 불과했던 책방이 지금은 400㎡로 넓어졌다. 한 달 평균 4천~5천위안 하던 온라인 매출도 올 들어선 2만위안까지 치솟았다. 자본주의의 실패를 강조하고, 사회주의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책들이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적 금융 위기로 자본주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중국에서 좌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경제를 비판하고, 개혁개방에 반대하며, 마오쩌둥으로의 복귀를 주장하는 이들의 주장이 중국인들에게 호소력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자본주의의 위기가 이들에게 부활의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우요우즈샹의 인터넷 논객들은 작금의 금융위기는 자본주의와 자유시장의 실패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논쟁적인 글에는 20~30개 정도의 댓글이 달라붙는다. 좌파의 논객으로 통하는 양청쉰은 홍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비롯한 지금의 경제위기는 자본주의적 경제모델의 파탄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자본주의에 대한 이들의 공격은 최근 미국과 유럽 각국이 주요 금융회사를 국유화하면서 더욱 맹렬해졌다. 이는 계획경제가 시장경제보다 우월하며,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를 구원할 것이라는 자신들의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실례라는 것이다. 이들은 이른바 자유주의자들이 시장의 역할을 과장했으며, 공적 소유의 중요성을 무시했다고 비판한다.
좌파들은 인권과 민주주의, 언론의 자유 등 이른바 ‘보편적 가치’에 대해서도 칼을 들이댄다. 이들은 보편적 가치란 서방의 이데올로기를 중국에 퍼뜨리려는 ‘트로이의 목마’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후싱떠우 베이징이공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경제위기가 깊어지면서 좌파들의 공격 범위가 전방위로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좌파들의 주장은 마오쩌둥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청년층에도 파고들고 있다. 우요우즈샹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한 학생은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을 못하는 상황이라면 분명히 어딘가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후 교수는 “경제적 고통과 관리들의 부패 등에 대한 염증이 모두가 평등하게 보였던 시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주의자들은 이런 현상에 당혹감을 표시한다. 최근의 경제위기는 감독의 부재에서 기인한 것일 뿐, 시장경제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맞불을 놓기도 한다. <인민일보> 전 부편집인으로서 개방정책의 옹호자로 유명한 저우루진은 “금융 위기를 자유시장 경제의 실패로 돌리는 좌파들의 주장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며 “시장경제의 원칙은 결코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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