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와 신곡을 논하다’
중국 누리꾼들 ‘숨은 위인 100명 맞추기’ 게임 한창
조선족 록가수도 나와…중 현대화가 3명 ‘합동작품’
조선족 록가수도 나와…중 현대화가 3명 ‘합동작품’
마오쩌둥이 오른손에 담배를 들고 당당하게 앉아 있다. 그 모습을 링컨이 옆에서 근엄하게 지켜보고 있다. 이백은 두 팔을 벌린 채 하늘을 쳐다보며 장탄식을 한다. 그의 앞에는 술잔과 타자기가 놓여 있다. 맞은편에선 스탈린과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어깨를 맞댄 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은 그들을 등진 채 미소를 짓고 있다.
세 명의 중국 현대화가들이 그린 유화 ‘단테와 신곡을 논하다’에 나오는 풍경이다. 세계를 움직인 100명의 위대한 인물을 그려 넣은 이 그림이 요즘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다.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선 그림 속에 숨은 위인이 누구인가를 알아맞추는 게임이 한창이다.
무엇보다 마오쩌둥과 이백이라는 중국의 현대와 고대를 대표하는 두 사람이 중앙 원탁에 배치된 게 눈길을 끈다. 마오쩌둥 뒤엔 ‘영원한 총리’ 저우언라이가 다소곳이 서 있다. 덩샤오핑 역시 원탁 바로 옆 테이블에 편한한 옷차림으로 앉아 있다. 이들에 대한 중국인들의 애정과 자부심을 드러내는 듯하다.
이들 외에도 공자, 노자, 관우, 손문, 장개석, 노신, 이소룡, 류샹 등 중국의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인물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특히 진시황 앞에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을 지휘한 전범 도조 히데키가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마치 중국을 침략한 것을 진시황에게 참회하는 듯하다. 레닌 옆에선 조선족 록가수 최건이 기타를 치고 있다.
서양의 인물들을 그린 데선 중국인들의 유머감각이 돋보인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망원경으로 뭔가를 찾고 있는데, 바로 뒤에 오사마 빈 라덴이 서 있는 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전 러시아 대통령은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과 함께 바닥에 앉아 있다. 타이슨은 그로키 상태다. 오드리 햅번과 아돌프 히틀러는 베토벤의 피아노 연주를 함께 듣고 있다.
이들 외에도 세익스피어, 빌 클린턴, 빌 게이츠, 말론 브란도, 시저, 루치아노 파바로티, 펠레, 테레사 수녀 등의 얼굴을 찾아볼 수 있다. 사담 후세인, 찰리 채플린, 엘비스 프레슬리, 간디, 아인슈타인의 모습도 눈에 띈다. 나폴레옹은 칭기스칸과 함께 말을 타고 있는 모습으로 그렸다. 민권운동가 넬슨 만델라는 피리를 불고 있다. 체 게바라는 혁명의 동지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서 있다.
가로 6m, 세로 2.6m에 이르는 이 유화는 제목과 작가를 놓고도 논란을 낳았다. 외신들은 이 그림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등 유명 인물 54명을 그린 라파엘로 산치오의 ‘아테네 학당’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추정했다. 위인 가운데 중국인들이 많이 포함돼 있는 데 착안해 작가가 대만을 포함한 중화권 사람일 것이라는 설도 돌았다. 누리꾼들의 추적 끝에 결국 이 그림은 중국인 화가 세 명이 2006년에 그린 ‘단테와 신곡을 논하다’로 밝혀졌다.
그림 속의 인물을 모두 세보면 100명이 아니라 103명이다. 세 명의 화가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은근슬쩍 그려넣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림의 오른쪽 구석에 단테와 함께 서 있다. 일부 누리꾼은 세 명의 화가들 가운데 흰옷을 입고 있는 두 사람을 김일성·김정일 부자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림 속에는 인물들 외에도 인류의 위대함을 드러내는 발명품과 유물들이 양념처럼 숨어 있다. 중국의 만리장성과 이집트의 피라미드, 영국의 선사유적지 스톤헨지가 배경으로 깔려 있다. 복제양 둘리와 축음기, 원자탄도 보인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단테와 신곡을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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