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달러 기축통화 안돼’ 이젠 직격탄
인민은행장 “IMF 특별인출권으로 대체” 공세강화
주도권 속내 “미국채 불안…IMF 지원 검토할 것”
주도권 속내 “미국채 불안…IMF 지원 검토할 것”
4월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신흥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의 달러 패권에 대한 중국의 공세가 불을 뿜고 있다. 중앙은행장이 사실상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허물자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지난해 11월 워싱턴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달러의 패권을 묵인하는 듯했던 중국이 2라운드에 들어서자 펀치를 날리기 시작한 것이다. 약 2조달러의 세계 최대 외환보유고를 가진 중국의 공격은 미국의 달러 패권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대체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은 23일 웹사이트에 올린 ‘국제 통화체제 개혁에 관한 생각’이라는 글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관리하는 특별인출권(SDR)을 새로운 ‘기축통화’로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달러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달러의 국제 기축통화 지위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특별인출권은 1968년 국제통화기금이 채택한 것으로, 가맹국들이 무담보로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를 가리킨다. 처음엔 금에 의해 가치가 표시됐으나, 1974년 주요 선진국 통화를 담은 표준 바스켓으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1980년 9월 이후 표준 바스켓은 달러(44%), 엔(11%), 유로(34%), 파운드(11%)로 구성돼 있다.
저우 총재는 “특별인출권이 그간 사용상의 제약 때문에 완전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이제 국제 금융체제 개혁이 필요한 시점에서 제기능을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기축통화의 가치가 들쭉날쭉하는 것은 보유국과 발권국 모두에 이롭지 않다”며 “주권국가에서 벗어난 기축통화를 만드는 것을 장기적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제통화기금서 역할 강화 중국은 그러면서 국제통화기금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이 채권을 발행하면 이를 적극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에 돈을 빌려줌으로써 중국의 국제적 지위를 높이고,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금융질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후샤오롄 국가외환국장은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은 국제통화기금의 혁신적인 자금 조달을 지지한다”며 “국제통화기금이 직접 채권을 발행한다면 매입을 적극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그동안 금융 위기에 빠진 나라들을 지원하느라 곳간이 빈 국제통화기금에 돈을 대라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명시적인 답변을 유보해왔다.
■ 미국채 안전성 우려 달러에 대한 중국의 공세는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등 이른바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하면서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이 마치 ‘인쇄공장’처럼 달러를 찍어내자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이 달러 가치 폭락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중국은 미 국채를 계속 매입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이런 ‘달러 폭탄’이 미 국채에 투자한 중국 자산의 안전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최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에 투자한 우리 자산의 안전성에 당연히 관심을 갖고 있다”며 “솔직히 말해 조금은 이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중국은 미 국채를 계속 매입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이런 ‘달러 폭탄’이 미 국채에 투자한 중국 자산의 안전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최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에 투자한 우리 자산의 안전성에 당연히 관심을 갖고 있다”며 “솔직히 말해 조금은 이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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