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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아이들 싸움이 두 마을 전체의 ‘패싸움’으로

등록 2009-03-27 01:11수정 2009-03-27 01:18

중국 하이난 원수지간 두 마을 주민 패싸움…전투 방불케
휘발유 뿌리고 불 지르고 파출소까지 난입해 난장판 만들어
중국 하이난섬의 두 마을 주민들이 최근 실제 전투를 방불케 하는 패싸움을 벌여 중국 대륙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두 마을은 1949년 사회주의 중국이 성립하기 전부터 철천지 원수처럼 대립했던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뿌리깊은 원한관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낮 하이난섬 둥팡시 간청진에 인근 간청촌과 바오상촌 주민 수백여명이 모여 살벌한 패싸움을 벌였다. 칼과 몽둥이가 난무한 이들의 패싸움은 결국 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는 유혈참사로 이어졌다. 공안당국은 시위 진압 경찰을 현장에 증파해 가까스로 상황을 통제했다.

이들의 패싸움은 23일 저녁 두 마을 학생들의 사소한 다툼에서 촉발됐다. 학생들의 다툼은 난투극으로 번졌고, 이 과정에서 한 간청촌 학생이 바오상촌 학생들에게 집단구타를 당했다. 이 소식은 피해 학생이 집에 돌아가 부모들에게 알리면서 순식간에 간청촌 전체로 확산됐다.

분노한 간청촌 주민들은 간청진 정부청사로 몰려가 바오상촌 학생들의 집단폭행 사태를 철저히 조사해 가해자들을 엄중히 처리해줄 것을 요구했다. 간청진 정부가 허둥지둥 사태 파악에 나서는 사이 하나둘씩 늘어난 간청촌 주민들은 정부청사 주변을 에워싼 채 전의를 불태웠다.


이들의 분노는 간청진 정부가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지 못하자 활화산처럼 폭발했다. 주민들은 정부청사와 파출소에 난입해 집기를 마구 부수고 유리창을 깨뜨렸다. 일부 주민들은 바오상촌으로 달려가 호텔 1층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지르기도 했다. 직접 보복에 나선 것이다.

간청촌 주민들의 보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간청촌 주민들은 24일 저녁 바오상촌으로 다시 몰려가 1층이 불탄 호텔에 휘발유를 끼얹어 남은 3층을 모두 태웠다. 일부 주민들은 민가에까지 불을 질렀다. 이 불은 다행히 바오상촌 주민들에게 곧바로 발견돼 큰 피해를 내진 않았다.

이에 바오상촌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없이 번졌다. 25일 간청진에서 벌어진 두 마을 주민들의 패싸움은 백병전을 방불케 했다. 서로가 손에 칼과 몽둥이 같은 ‘무기’를 들고 상대를 공격했다. 주변을 경계하던 경찰들도 움츠러들 정도로 살기가 횡행했다.

이들의 극한대립은 공산당이 중국을 장악하기 전 이른바 ‘민국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간청진의 중심인 간청촌은 바오상촌보다 상대적으로 부유했다. 이에 바오상촌 주민들이 적개심을 드러내면서 대규모 충돌이 일어났다. 당시 간청촌 주민들은 거금을 들여 총을 사서 바오상촌을 공격했다. 바오상촌 주민들은 이들에게 마을을 빼앗기고 고향을 등져야 했다.

이 사태 이후 이들은 그야말로 원수지간이 됐다. 단오절엔 놀이를 가장해 강을 사이에 두고 투석전이 벌어졌다. 하이난섬 출신의 한 누리꾼은 “어릴 적부터 단오절 첫째날엔 행운의 끈을 묶고, 둘째날엔 나뭇잎을 따고, 셋째날엔 머리를 감고, 넷째날엔 바오상촌 야만족들을 때려잡자는 민요를 듣고 자랐다”고 말했다.

이런 두 마을의 적개심은 이번 패싸움이 일어나기 전에도 크고작은 충돌을 낳았다. 일부 바오상촌 학생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간청촌에 몰려가 행패를 부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빈부격차에서 비롯한 오랜 적대감과 유혈의 역사가 두 마을을 폭력의 악순환 속에 가둔 셈이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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