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유강문 특파원
민족주의 궐기 촉구…출간 보름만에 베스트셀러
사흘만에 내용 급조…지식인들 “군국주의 부추겨”
사흘만에 내용 급조…지식인들 “군국주의 부추겨”
중국의 민족주의적 궐기를 촉구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책 <불쾌한 중국>이 중국 지식인들 사이에서 혹평을 받고 있다. 돈을 벌려고 급조한 상품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이 나아갈 길을 비췄다’는 대중의 열광적 평가와는 대조적이다.
‘대시대, 대목표, 우리의 내우외환’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출간하자마자 서점가를 점령했다. 지난달 중순 출간 된 이후 보름 만에 각종 포털사이트의 책 코너에서 인문사회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지금까지 적어도 30만권이 팔려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대중의 열광은 ‘서방의 몰락과 중국의 부활’을 예언하는 이 책의 민족주의적 호소력에서 비롯한다. “미국이 계속 세계를 인질로 잡도록 놔둘 수는 없다” “역사는 버락 오바마가 미국을 구할 수 없음을 증명할 것이다” “중국이 세계와 인류를 구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들이 독자들을 ‘유쾌하게’ 한 셈이다.
중국 여론의 한 축으로 떠오른 누리꾼들의 평가도 호의적이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신랑왕’의 최근 인터넷 여론조사를 보면, <불쾌한 중국>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질문에 69.5%가 “중국의 국가전략에 대한 직언”이라고 답했다. “너무 한 곳으로 치우쳤다”는 평가는 21.4%에 그쳤다.
그러나 지식인들의 평가는 차갑다. 위안웨이 중산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이 책은 사서 볼 가치가 없다”고 단언했다. 이 책의 핵심은 극단적인 민족주의인데, 그것은 중국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자샹 베이징대 교수는 이 책이 사람들을 나치화, 파시스트화, 군국주의화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불쾌한 중국>에 불쾌함을 표시하는 이들은 이 책의 상업주의적 탄생에 주목한다. 이 책은 지난해 10월 평소 친분이 있던 저자들이 모여 사흘간 토론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토론에 참가한 한 출판기획자가 이 대화 내용을 녹음했고, 이를 다시 참가자들에게 보내 수정·보완하도록 해 책의 틀을 잡았다. 중국의 미래를 거론하는 거대한 담론이 사흘 만에 완성된 것이다.
이 기획자가 1996년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을 내놓아 큰 성공을 거둔 이라는 것도 이 책의 상업주의를 드러낸다. 당시 중국 민족주의의 적나라한 고백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 책은 출간 이후 8개국어로 소개되는 대박을 터뜨렸다. <불쾌한 중국>은 이 책의 후속판인 셈이다.
중국 사회주의의 위대함을 강조하는 이른바 좌파학자들은 지식인들의 이런 반응에 당혹감을 느끼는 듯하다. 팡닝 사회과학원 정치연구소 교수는 한 평론에서 “누구라도 사기를 당하면 불쾌하지 않겠는가”라며 “그럴 때 불쾌하다고 말하는 것을 굳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책은 그저 책일 뿐”이라는 전제에 붙은 말이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moon@hani.co.kr
베이징/유강문 특파원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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