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난징! 난징!>
영화 ‘난징 난징’, 일본인 시각으로 전개 …인류상처로 승화
1937년 일본군의 난징대학살을 다룬 중국 영화 <난징! 난징!>(사진)이 역사 해석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 정부의 공식 허가를 받고 제작된 이 영화가 대담하게도 학살에 참여한 일본군 병사의 시각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핵심 축 가운데 하나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22일부터 전국서 개봉하는 <난징! 난징!>은 중국 6세대 감독 루촨이 만든 대형 흑백영화다. 가해자인 일본군 병사와 피해자인 중국인들의 시선을 교차하면서, 30만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진 난징대학살의 현장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일본군의 잔혹성을 강조하는 기존 반일주의적 영화와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무엇보다 학살을 지켜보는 한 일본군 병사의 고뇌가 영화 전반에 투영된다. 루 감독은 이를 ‘난징대학살을 객관화시키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난징대학살을 중국의 시각으로 그렸던 영화들이 과연 세계의 인정을 받았느냐”고 반문했다.
영화는 그럼으로써 난징대학살을 ‘중국의 아픔’에서 ‘인류의 상처’로 승화시키려 한다. 죽음의 위기에 몰린 중국인들에게 외국인들이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 장면은 나찌의 홀로코스트 당시 유태인들을 도운 쉰들러의 휴머니즘을 떠올리게 한다. 기존 난징대학살 영화에선 다루지 않던 위안부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데서도 이 사건을 인류의 문제로 제기하려는 감독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일본군에 맞선 중국인들의 처절한 저항에 초점을 맞춘 것도 이 영화의 한 특징이다. 루 감독은 “당시 중국 인민들이 결사적으로 항쟁하지 않았다면 일본군의 대학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따라서 난징대학살은 결코 ‘중국의 치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선 올해 건국 60주년을 맞아 과거의 치욕을 당당한 역사로 재해석하려는 중국의 자신감을 반영한다는 분석도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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