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성 베이촨현 당간부, 아들 기일 앞두고 자살
“아들아! 만약 어느 날 내가 죽는다면, 그건 나에게 가장 행복한 일이 될 거야.”
지난해 5월 쓰촨성을 덮친 대지진으로 아들(7)을 잃은 베이촨현의 한 당간부가 아들의 기일을 앞두고 스스로 목을 매 숨져 남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베이촨 당위원회의 펑샹(33) 선전부 부부장이 20일 오전 2시께 집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그는 지난해 5월12일 대지진 당시 학교가 무너지는 바람에 아들을 잃었으나, 주검조차 찾지 못한 것을 비관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대지진 당시 피해 복구와 구호 활동에 기여한 공로로 승진했다.
그는 자살하기 직전 블로그에 ‘만약 어느 날 내가 죽는다면’이라는 제목으로 가족을 두고 떠나는 미안함과 아들을 그리는 절절함을 담은 ‘유서’를 남겼다. “형! 만약 어느 날 내가 죽는다면, 부모님을 잘 보살펴 줘. 여보! 만약 어느 날 내가 죽는다면, 상심하지 마오. 아들아! 만약 어느 날 내가 죽는다면, 너를 영원히 보살펴줄 거야. 너를 버리지도, 너를 떠나지도 않을 거야.”
앞서 지난해 10월엔 베이촨현에서 구호 활동을 지휘하던 둥위페이(39) 농업국 주임이 역시 대지진 당시 아들(12)을 잃은 것을 비관해 기숙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둥 주임과 이번에 자살한 펑 부부장은 친구 사이로 알려졌다.
쓰촨성 대지진이 일어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생존자들은 극심한 심리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스잔뱌오 중국과학원 심리연구소 부주임은 20일 한 인터뷰에서 “베이촨현 주민 15만명 가운데 3만명이 심리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대지진 현장에서 재건복구 사업을 지휘하는 관리들은 심리상담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어 자살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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