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건당국이 인플루엔자A(H1N1)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효험이 있다며 전통 약재를 달여 만든 탕약을 국민들에게 처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위생부는 1일 홈페이지에 올린 ‘인플루엔자A 감염 진료 방안’이란 제목의 통지문에서 이 바이러스가 폐에서 위로 내려갔다가 혈액을 통해 온몸으로 퍼진다고 설명하고, 단계별 증상에 맞는 약재를 처방했다.
통지문을 보면, 첫번째 단계에선 바이러스에 공격당한 폐를 보호하는 ‘독습폐위’(毒襲肺衛)’ 처방을 쓴다. 여기에는 햇볕에 말린 마황과 살구씨, 생석고, 시호, 감초 등을 달여 만든 탕약이 효과적이라고 위생부는 설명했다.
바이러스가 위까지 퍼져 구토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두번째 단계에선 ‘독범폐위’(毒犯肺胃)’ 처방이 효과적이다. 이 때는 칡뿌리와 깽깽이풀, 삽주, 곽향 등을 달인 탕약을 마시면 좋다.
바이러스가 혈액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 고열과 호흡곤란, 혼수상태 등을 일으키는 세번째 단계에선 ‘독옹기영’(毒壅氣營)’ 처방을 쓴다. 햇볕에 말린 마황과 살구씨, 대황, 석고, 작약, 물소뿔 등을 함께 달여 마시면 효험을 볼 수 있다.
위생부가 이날 발표한 처방은 중국 한의사들이 멕시코와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환자들의 증상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나온 것이다. 위생부는 “한의사들의 분석 결과 문제의 바이러스는 독감의 일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들이 풍부한 임상경험에 비춰 이런 처방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런 처방이 오히려 국민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생물학자인 팡스민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서 “지금까지 약초가 전염병을 치료한 적은 없다”며 “더욱이 한의사들은 인플루엔자A에 감염된 환자를 한 번도 직접 진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위생부는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증후군)가 발발했을 때도 비슷한 전통요법을 처방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후 전국에서 위생부가 소개한 약재가 대량으로 팔려나갔고, 일부 사람들은 약재를 달여 만든 탕약을 먹고 중독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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