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간부 5명 비밀 녹음·출판 지원
“천안문 사태 기록 남겨야” 설득
“천안문 사태 기록 남겨야” 설득
천안문(톈안먼) 민주화운동 20주년인 올해 자오쯔양 전 공산당 총서기의 회고록이 중국 정부의 삼엄한 감시망을 뚫고 세상에 나오기까지 전직 공산당 고위 간부 5명의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두다오정(86) 전 중국 국가신문출판서 서장은 자신을 비롯해 공산당 고위 간부들이 자오 전 총서기의 회고록 <국가의 죄수>(Prisoner of the state)의 비밀녹음과 출판을 도왔다고 밝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2일 보도했다. 두 전 서장은 자신과 야오시화 전 <광명일보> 편집장, 샤오훙다 전 공산당 기율위원회 부서기, 두싱위엔 전 국무원 서기가 녹음을 도왔고, 린뤄 광둥성 전 서기가 녹음기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자오 전 총서기는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운동 당시 당의 무력진압에 반대했다가 실각해 가택연금 당한 채 지난 2005년 사망했다. 두 전 서장은 자신이 지난 1992년 자오 전 서기에게 “(당신은) 역사의 기록을 남겨야 하는 사명이 있다”고 설득했으며, 자오 전 서기는 이 말을 듣고 천안문 무력진압의 진상을 후세에게 알리기 위해 비밀리에 녹음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감시인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자신과 3명의 당 간부들이 자오와 잡담을 나누는 척하면서 자오 전 서기의 육성을 녹음했다고 회고했다.
두 전 서장은 이 회고록의 중국어판 <개혁역정(改革歷程)>에 ‘역사는 인민에 의해 쓰여진다”는 서문을 썼으며, 이에 대해 아직 당으로부터 별다른 조처는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두 전 서장은 공산당 지도부가 천안문 유혈진압 뒤 자오 전 서기에게 사람을 보내 공개적으로 당의 노선을 지지하도록 설득했지만, 자오는 이를 거절했다고 전했다. 그는 “자오 전 서기가 여러 번 매우 진지하게 ‘나는 과거에 매우 보수적이었지만, 이제는 정말 후회한다. 새로운 길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국가의 죄수>는 애초 지난 19일 전세계 공식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홍콩의 일부 대형 서점들이 지난 16일 판매를 시작했으며 첫날 모두 매진되는 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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