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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 CCTV ‘국민앵커’ 세상을 떠나다

등록 2009-06-07 17:09

중국 CCTV 간판 뉴스프로그램 ‘신원롄보’의 앵커 뤄징.
중국 CCTV 간판 뉴스프로그램 ‘신원롄보’의 앵커 뤄징.
신문·방송·인터넷 등 ‘추모 열기’ 뜨거워
“어릴적 함께 살던 누군가가 사라진 듯”


“중국의 목소리가 죽었다.”

중국 대륙이 한 뉴스프로그램 앵커의 죽음으로 비탄에 잠겼다. 지난 20여년 동안 하루도 걸르지 않고 저녁 7시 중국인들의 안방을 찾던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물결이 인터넷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마치 어릴 적부터 알았던 친구를 잃은 듯한 분위기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의 간판 뉴스프로그램 ‘신원롄보’(新聞聯播)의 앵커 뤄징(48)이 5일 오전 베이징 307병원에서 지병인 림프암으로 세상을 떴다. 차분한 목소리와 단아한 얼굴로 뉴스를 전하던 그는 중국인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가장 아름다운 앵커’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곳곳에서 애도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주요 매체들은 앞다퉈 그의 삶을 소개하는 기사를 싣고, 인터넷에선 그를 추모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CCTV의 시사프로그램인 ‘둥방스쿵’(東方時空)은 ‘잊을 수 없는 뤄징’이란 특집물까지 내보냈다. 307병원에 차려진 분향소에는 하룻새 1000여명의 참배객들이 찾았다.

1983년 베이징 방송학원을 졸업한 그는 곧바로 CCTV에 들어가 신원롄보의 핵심 앵커로 자리잡았다. 어떤 뉴스에도 흔들리지 않는 냉정함을 유지하는 그는 이후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뉴스’를 전하는 임무를 도맡았다. 1997년 2월 덩샤오핑의 사망 소식을 전한 것도 그였다. <차이나데일리>는 “오랫동안 국가지도자들의 서거 소식을 전하던 목소리가 암으로 고요해졌다”고 썼다.

이 때문에 뤄징은 중국인들에게 단순한 앵커가 아니라 중국인들의 집단기억을 구성하는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졌다. 한 누리꾼은 “나에게 그는 ‘모든 중요한 뉴스’를 전하는 목소리였다”며 “그가 오는 10월1일 건국 60주년 소식을 전하지 못한다는 게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어릴 적부터 함께 살았던 누군가가 갑자기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원롄보는 한국의 저녁 종합뉴스에 해당하는 것으로, 중국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과 영향력을 자랑하는 뉴스프로그램이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저녁 7시 정각에 중국 안방을 두드려왔다. 한동안 중국 밖으로 송출이 허용된 유일한 뉴스프로그램이기도 했다. 2007년의 한 조사를 보면 이 뉴스프로그램의 중국내 평균 시청률은 11.5%로 매일 1억3500만명이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지난해 9월 림프암 진단을 받고 신원롄보의 마이크를 놓을 때까지 중국인들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 연속 CCTV의 가장 뛰어난 앵커로 선정됐고,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17전대) 대표로도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열렬한 축구팬인 그는 희극배우 자오번산 등 유명 스타들과 함께 ‘중국스타축구팀’을 꾸려 봉사활동에 나서기도 했고, 특집프로그램에선 경극 시범을 보여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그가 단순히 정부의 발표문을 읽는 앵무새에 불과했다고 비판한다. 그는 실제로 생전에 이를 의식한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2006년 한 온라인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뉴스를 전하는 게 아니라 그저 읽는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매우 중요한 뉴스를 신중하게 전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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