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찬반 표명 안해
미, 중과 국방협의회
북선박 해상검색 주문
미, 중과 국방협의회
북선박 해상검색 주문
러시아가 북한을 뺀 이른바 ‘5자협의’ 구상을 지지하고 나서 중국의 선택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7일 중국과 러시아의 정상 회담에서 6자회담의 신속한 재개를 촉구했던 러시아가 한국·미국·일본과 함께 5자협의 구상을 받아들일 뜻을 내비치면서 중국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외무부는 현재 위기를 다룰 추가 조처를 결정하기 위한 북핵 5자협의를 지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5자협의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6자회담을 열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그동안 북한을 제외한 대화 틀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5자회담 구상에 대해 침묵을 지켜온 중국은 23일 반대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5자협의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중국은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 동향에 밝은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한국이 미국과의 정상 회담 직전 중국에도 5자협의 구상을 설명했으나, 중국은 아직까지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5자협의 구상에 대해 ‘여러가지 고려할 요소가 많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대북제재 결의와 국제사회의 이행에 이어 5자협의의 성패도 중국의 선택에 달려 있는 상황이 됐다. 북한 핵실험 이후 급박하게 펼쳐지고 있는 외교전쟁이 결국 ‘중국 역할론’으로 환원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23일 베이징에서 개막한 중국과의 국방협의회에서도 북한 선박에 대한 해상 검색 등 유엔 결의의 철저한 이행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5자협의 구상의 양면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5자협의가 6자회담을 무력화시켜 중국의 외교적 성과에 흠집을 내는 측면이 있지만, 한편으론 이 과정에서 미국과 북한의 갈등이 깊어진다면 중국에 또다른 외교적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 <봉황망>의 한 평론가는 “북한과 미국이 단검을 들고 싸우는 상황이 반드시 중국에 나쁜 일만은 아니다”라며 “그럴 경우 중국은 북한을 둘러싼 국제정세 속에서 운신의 폭이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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