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e검열 비웃는 ‘루바냥’
‘그린 댐’ 탑재 조처 풍자
일본만화풍 캐릭터 인기
일본만화풍 캐릭터 인기
중국 정부가 다음달부터 모든 개인용 컴퓨터(PC)에 웹사이트 필터링 소프트웨어인 ‘그린 댐’을 탑재하도록 한 조처를 비웃는 ‘루바냥’ 패러디가 인터넷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린 댐 소녀’란 뜻의 루바냥을 소재로 한 소설과 노래가 등장하고 티셔츠도 선보였다.
루바냥은 애초 일본만화풍 캐릭터로 등장했다. ‘민물게’가 그려진 모자를 쓰고, 팔뚝엔 ‘풍기’라고 쓰인 완장을 찬 아리따운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다. 민물게는 중국에선 ‘허셰’로 읽는데, 이는 후진타오 정부가 표방하는 ‘조화사회’의 ‘조화’(화해)와 중국어 발음이 비슷하다. 음란물 단속을 내세워 강제로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려는 검열당국을 상징한다.
루바냥의 ‘촌철살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루바냥은 항상 가슴에 토끼를 품고 있다. 이는 컴퓨터에 그린 댐 소프트웨어를 장착했을 때 모니터에 토끼 모양이 뜨는 것을 풍자한다. 루바냥은 또한 막강한 전투력을 갖고 있다. 루바냥의 전투력은 4170만으로 표시되는데, 이는 그린 댐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들어간 4179만위안을 의미한다.
루바냥 캐릭터는 누리꾼들에 의해 다양하게 진화한다. 최근엔 ‘차오니마’라는 동물을 끌고다니는 루바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올 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인터넷 사이트 단속과 폐쇄에 항의해 등장한 차오니마는 고비사막에 실제로 사는 말의 일종이지만, 중국어로 읽으면 상대방을 심하게 모욕하는 욕설과 발음이 비슷하다.
루바냥은 소설과 노래의 주인공으로도 등장한다. 인터넷에선 루바냥이 남자 친구의 집에 놀러갔다가 남자 친구의 팬티에 각종 음란물 사이트 주소가 적혀 있는 것을 보고 화를 낸다는 식의 얘기가 돈다. “루바냥, 루바냥. 너는 4천만위안짜리 여자”로 시작하는 노래는 “나는 너를 싫어해”라는 가사로 끝난다. 루바냥을 새긴 티셔츠도 기세 좋게 팔려나가고 있다.
루바냥은 일본만화에 익숙한 이른바 ‘바링허우’(80후) 세대 누리꾼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의 조처를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누리꾼들의 무기가 댓글에서 캐릭터나 동영상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많다.
그린 댐은 인터넷 사이트 접속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웹필터링 소프트웨어다. 중국 정부는 음란물이나 폭력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하지만, 누리꾼들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담긴 사이트에 대한 접근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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