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마이니치신문이 공개한 김정운 16살때 사진.
‘아사히’ 보도 부인…사실일땐 ‘공신력 타격’
‘파이낸셜타임스’도 “김정운 방중은 사실”
‘파이낸셜타임스’도 “김정운 방중은 사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명된 것으로 알려진 셋째아들 정운씨가 이달 중순 중국을 방문한 것은 사실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하고 나서 정운씨의 방중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중국 정부의 공신력’이 걸린 문제로 비화했다. 중국 정부는 앞서 정운씨의 방중을 처음 전한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를 수 차례에 걸쳐 공식 부인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9일 정운씨가 지난 10일 군사대표단과 함께 극비리에 비행기 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해 시진핑 국가부주석 등 중국 고위 인사들과 만났으며, 체류기간에 광저우와 상하이, 다롄 등지를 둘러보고 17일 평양으로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는 중국 정부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보 및 외교 분야 소식통을 통해 확인한 것이라며, 정운씨의 방중길에는 조명록 인민군 총정치국장,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등 북한 고위 인사들이 동행했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의 보도 내용은 정운씨의 방중 소식을 처음 보도한 일본 <아사히신문> 내용과 큰 틀에서 비슷하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6일 중국과 북한을 오가는 김 위원장과 가까운 북한 소식통과 베이징의 북한 관계자를 인용해 정운씨가 10일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극비리에 방문해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만났으며, 이후 선전과 광저우, 다롄 등지를 시찰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18일에는 정운씨가 후 주석을 면담하는 자리에 김 위원장의 큰아들 정남씨가 동석했다는 후속보도까지 내보냈다.
<아사히신문>의 보도는 중국 정부의 잇딴 부인으로 오보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런 상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가 18일엔 “007 소설 같은 얘기”라며 매우 강력한 어조로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그는 “이틀 전 브리핑에서 ‘이런 상황을 알지 못한다’고 말한 것은 동양식의 함축적 표현이었다”며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런 상황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실하게 말해주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의 부인은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의 입을 통해 거듭 확인됐다. 우 부부장은 25일 중국을 방문한 가토 고이치 자민당 전 간사장과 면담한 자리에서 “정운씨는 한 번도 중국에 온 적이 없다”며 “전혀 사실이 아닌 기사가 어떻게 나올 수 있는가”라며 강한 의문을 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아사히신문>은 중국 정부가 정운씨의 후계 내정을 공표하지 않은 북한 사정을 고려해 방중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는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이전에도 <아사히신문>의 보도 태도에 불쾌함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월 중국사회과학원의 한 교수가 북한 관련 정보를 한국 쪽에 건네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해 논란을 일으켰다. 한국 정부는 즉각 이를 부인했다.
문제는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정운씨의 방중 소식을 보도한 기자와 동일 인물이라는 데 있다. 중국 정부는 <아사히신문>이 사회과학원 교수의 정보 유출 관련 기사를 왜곡해 상황을 혼란스럽게 한 데 이어 정운씨 방중이라는 오보를 내고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데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잇딴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운씨 방중 보도가 이어지는 데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정운씨가 당시 신분을 숨기고 방중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그의 방중을 대놓고 부인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돈다. 중국 정부가 사회과학원 교수의 정보 유출 관련 기사를 왜곡해 보도한 <아사히신문>을 혼내주기 위해 정운씨의 방중이라는 거짓정보를 흘렸을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정운씨의 방중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중국 정부는 세계를 향해 거짓말을 한 셈이 된다. 베이징의 한 외교관은 “한 나라가 공개하고 싶지 않은 사실을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받거나, 불가피하게 관련 보도에 대한 논평을 해야 할 때는 ‘모른다’거나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정운씨의 방중 보도에 대한 중국 정부의 부인이 거짓으로 드러날 경우 중국 정부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정운씨의 방중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중국 정부는 세계를 향해 거짓말을 한 셈이 된다. 베이징의 한 외교관은 “한 나라가 공개하고 싶지 않은 사실을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받거나, 불가피하게 관련 보도에 대한 논평을 해야 할 때는 ‘모른다’거나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정운씨의 방중 보도에 대한 중국 정부의 부인이 거짓으로 드러날 경우 중국 정부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