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정 이후인 1939년 옌안에서 결혼한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과 부인 줘린(오른쪽)이 타이항산에서 찍은 사진, 줘린은 29일 베이징에서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신화 연합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의 부인 줘린(93)이 29일 타계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덩샤오핑이 사망한 지 12년 만에 부인 줘린이 베이징에서 지병으로 숨을 거뒀다고 긴급 타전했다.
줘린은 중국 공산당이 일본군에 맞서 싸우던 1939년 덩샤오핑과 결혼해 그의 세 번째 부인이 됐다. 1966~1976년 문화혁명 기간에 덩샤오핑이 권력투쟁에서 밀려 장쑤성의 트랙터 수리공장으로 내려갔을 때도 함께하는 등 평생 그의 곁을 지켰다.
줘린은 덩샤오핑이 권좌에 복귀해 개혁개방을 진두지휘하던 1980년대와 1990년대 중국의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여느 중국 고위 지도부의 부인들과 마찬가지로 대중 앞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다.
그는 1997년 덩샤오핑이 숨진 뒤엔 더욱 대중으로부터 멀어졌다. <차이나데일리>는 그가 남편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조용한 일상을 영위했다고 전했다. 덩샤오핑이 숨지고 얼마 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됐을 때 기념식에 참석한 게 거의 유일한 공식활동이었다.
그는 1916년 윈난성의 비교적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베이징대 물리학과에 합격했으나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자 학업을 중단했다. 1938년 공산당에 입당했고, 이듬해 옌안에서 덩샤오핑과 결혼했다. 그는 처음엔 덩샤오핑의 구애를 여러 차례 거절했다고 한다. 그는 덩샤오핑과의 사이에서 다섯 명의 자녀를 뒀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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