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멍’(공공이익을 위한 공민의 연맹)의 대표 쉬즈용
인권단체 대표 체포…‘에이즈 단체’도 조사
건국60주년 등 정치일정 앞두고 통제 ‘고삐’
건국60주년 등 정치일정 앞두고 통제 ‘고삐’
중국 비정부기구(NGO)들이 ‘수난시대’를 맞고 있다.
억울한 일을 당한 이들에 대한 법률지원으로 유명한 중국의 대표적 엔지오 ‘공멍’(공공이익을 위한 공민의 연맹)의 대표 쉬즈용(사진)이 붙잡혀간 지 3주 만에 정식 체포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19일 그의 변호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공멍의 공동 설립자인 쉬즈용은 지난 7월29일 새벽 집에 들이닥친 공안요원들에게 잡혀간 뒤 연락이 끊긴 상태다. 쉬의 변호사인 리팡핑은 “쉬즈용이 공식 체포됐다는 통보가 왔으며, 탈세 혐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공멍 사무실은 이달 폐쇄됐고, 사이트 접속도 차단됐다.
학자와 변호사, 인권운동가 등이 모여 결성한 ‘공멍’은 최근 중국의 주요 인권사건들을 도맡아 지원하며 주목을 받았다. 멜라민 오염 분유로 피해를 입은 어린 아이들을 위한 소송 등을 지원했고, 국가배상법 개정운동을 펼쳤다. 지난해 티베트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 대한 비판적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쉬즈용은 2003년 신분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수용소에 구금된 뒤 구타당해 숨진 순쯔강의 사건을 문제제기하면서 유명해졌다.
<로이터> 등은 “중국 비정부기구 등록법이 복잡한 상황에서 많은 비정부기구들은 절차가 단순한 사업체로 등록한 경우가 많다”며 “중국 정부는 이들 기구들이 받은 지원금, 특히 외국에서 받은 지원금에 대한 탈세를 문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유죄 판결 땐, 쉬즈용은 최대 7년형을 받게 된다.
이밖에 에이즈 환자 지원활동으로 유명한 엔지오 ‘아이즈싱연구소’와 B형 간염 환자들의 인권문제를 지원하는 ‘이런핑센터’ 등도 7월말부터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대만과 싱가포르 언론들이 보도했다. 아이즈싱연구소의 완옌하이는 조사관들이 여러차례 사무실을 찾아와 업무와 자금 등에 대해 묻고 에이즈 관련 홍보 인쇄물을 압수해갔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잇따른 엔지오 단속은 오는 9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4중전회와 10월1일 건국 60주년으로 이어지는 민감한 정치일정을 앞두고, 사회분위기를 통제하고 정부의 권위에 대한 도전을 차단하며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분석한다.
올해 최대의 정치행사인 중국 건국 60주년을 앞두고 역대 최대 규모의 군사퍼레이드가 예정된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최근 베이징 시내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러 베이징에 올라오는 지방 청원자들에 대한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고 홍콩 <빈과일보> 등이 보도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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