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리쥔(50) 충칭시 공안국장
범죄조직 소탕나선 왕리쥔 공안국장 연일 화제
인구 3200만명의 중국 최대 도시 충칭, 돈과 권력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이 도시의 폭력조직과 이를 비호해온 고관, 재벌들과 거침없이 싸우는 ‘영웅’의 이미지가 연일 중국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중국판 ‘범죄와의 전쟁’을 지휘하고 있는 왕리쥔(50·사진) 충칭시 공안국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두달 전부터 대대적인 조직범죄 소탕작전을 벌여 지금까지 범죄조직 두목 19명 등 모두 1544명을 체포했다. 특히 충칭시 사법국장으로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던 원창을 폭력조직을 비호한 혐의로 지난 7일 체포한 것을 비롯해, 경찰서장 6명과 갱단과 유착한 억만장자 재벌 3명도 일망타진했다.
왕 국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범죄조직들이 협박과 고문, 불법대출을 통해 여러 산업에 침투해 있으며, 충칭시 한해 세수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자금을 불법대출로 굴리고 있다”면서 이들의 성매매, 도박, 마약과 무기거래 등을 뿌리뽑겠다고 다짐했다. 중국인들은 권력과 돈의 힘 앞에 굴하지 않는 왕리쥔의 모습에 환호한다.
내몽고 출신 몽고족으로 1976년 경찰에 투신한 왕리쥔은 지난 20여년 동안 동북지역 랴오닝성에서 폭력조직과 쉼없이 싸우면서 ‘왕청천’ 또는 ‘동북 호랑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몸 20여곳에 칼과 총탄 흉터가 있고, 폭력조직과 총격전을 벌이다 머리에 상처를 입어 열흘 동안 혼수 상태에 빠진 적도 있다. 부인과 딸이 갱단에 살해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1999년에는 그를 모델로 한 <철혈의 경찰정신>(鐵血警魂)이라는 드라마도 방송됐다.
중국 주요 언론들이 왕리쥔의 활동을 연일 주요뉴스로 보도하는 배경에는 중국 지도부의 의지도 실린 것으로 보인다. 과거 랴오닝성 성장을 지낸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가 지난해 왕리쥔을 특별히 충칭으로 데려와 범죄와의 전쟁을 맡긴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오는 9월 중국공산당 4중전회에서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반부패를 주요 목표로 내걸고 ‘관원 재산신고제’를 도입하려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를 둘러싸고 후 서기와 이익집단간의 ‘결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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