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피해 정치위기 넘기려
중국과 양안관계 악화 감수
중국과 양안관계 악화 감수
태풍 모라꼿으로 최대 정치 위기에 몰린 마잉주 대만 총통이 이번엔 달라이 라마 ‘후폭풍’에 휩싸였다.
마잉주 대만 총통은 27일 야당인 민진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이 초청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다음주 대만을 방문하도록 승인했다고 대만 언론들이 보도했다.
야당인 민진당 출신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최근 태풍 모라꼿으로 큰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로한다는 명분으로 달라이 라마의 대만 방문을 초청했으며, 마 총통은 고심 끝에 이를 승인했다. 달라이 라마는 오는 31일 대만을 방문해 9월3일까지 태풍 입은 대만 남부 지역 주민들을 위로하고 법회를 열 예정이다.
취임 뒤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정책을 펴온 마잉주 총통은 앞서 달라이 라마의 대만 방문 의사를 두 차례 거절한 바 있다.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까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달초 태풍 모라꼿에 늑장대처해 산사태로 461명이 숨지고 192명이 실종되는 참사가 일어났다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는 상황에서, 민심을 감안해 방문을 승인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 총통 지지율은 태풍 피해 뒤 13%까지 떨어졌다.
이번 달라이 라마 초청 뒤에는 마 총통을 정치적 곤경에 빠뜨리려는 민진당의 노림수가 작용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홍콩 언론들은 분석했다. 마 총통이 방문을 승인하면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고, 방문을 거절하면 태풍 피해자들을 무시하고 중국 정부의 비위만 맞추려한다는 비난이 쏟아질 ‘진퇴양난’의 상황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앞서 정원찬 민진당 문선부 주임(대변인)은 “마잉주 정부가 달라이 라마의 대만 방문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태풍 피해자들의 곤경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압박했다.
중국 정부도 난처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분리주의자’로 규정한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허락한 국가와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나, 최근 양안관계 밀월의 파트너인 마잉주 총통을 강하게 비난하기도 어렵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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