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 건국 60주년을 앞두고 막을 올리는 초대형 홍색 영화와 드라마 포스터들. 중국에선 요즘 국가에 대한 자부심과 공산당에 대한 충성심을 자극하는 애국주의 캠페인이 한창이다.
홍색은 공산혁명의 성지에만 있는 게 아니다. 다음달 1일 건국 60주년을 앞두고 중국 대륙 곳곳에서 거대한 ‘홍색 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거리에는 건국 60주년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내걸리고, 중국의 위대함과 공산당의 영광을 과시하는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 연극이 줄지어 막을 올린다. 중국이 온통 ‘단풍놀이’에 빠진 듯하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이달 들어 바퀴를 돌리듯 연이어 초대형 ‘홍색 드라마’를 내보내고 있다. ‘옌안을 보위하라’ ‘황금빛 농가’ ‘북평, 전쟁과 평화’라는 제목이 붙은 이들 드라마는 모두 저녁 황금시간대에 안방을 찾아간다. ‘사상성’과 ‘예술성’을 두루 갖춘 역작이라는 선전이 요란하다.
산시성 선전부가 만든 ‘옌안을 보위하라’는 대장정을 마친 공산당이 마오쩌둥의 지도 아래 ‘혁명의 수도’ 옌안을 구축하는 과정을 그린다. 우리돈으로 40억원 가까운 거액이 들어갔다. ‘북평 전쟁과 평화’에선 인민을 질곡에서 해방시킨 공산당의 정치적 지혜와 군사적 재능이 웅장하게 펼쳐진다.
극장에선 ‘건국대업’ ‘천안문’ 등 이른바 ‘홍색 블록버스터’가 줄지어 내걸린다. 제1회 정치협상회의 개최를 전후한 시기를 그린 ‘건국대업’에는 청룽, 류더화, 리롄제, 장쯔이 등 중국의 최고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중국 매체들은 ‘사상 최대의 헌정영화’라고 호들갑을 떤다. 신중국 성립 선포식을 위해 천안문 성루를 개보수하는 무용단원의 이야기를 그린 ‘천안문’에선 수만명의 엑스트라와 하늘에서 찍은 자금성의 모습이 압권이다. 마오쩌둥의 생전 모습과 천안문 성루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해 선포식을 재연하는 첨단기술을 선보인다.
이런 거대한 홍색 물결이 만들고자 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자부심과 공산당에 대한 충성심이다. 중국 교육부는 1일 ‘사랑이 중국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는 제목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제작해 내보내고, 학생들에게 독후감을 쓰게 하고, 애국을 주제로 한 행사를 열라고 일선 학교에 지시했다.
중국 최초의 우주비행사 양리웨이는 이 프로그램에서 “우주에서 펼쳐진 지구의 모습을 보면서 조국이 자랑스러웠다“고 말한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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