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
서거33돌 기념관 2만명 인파 장사진
개방 부작용 커지며 ‘마오향수’ 솔솔
개방 부작용 커지며 ‘마오향수’ 솔솔
시장경제의 꽃이 만발한 중국 사회에서 ‘마오쩌둥 열기’가 식지 않고 잇다.
마오쩌둥(사진) 서거 33주년을 맞은 지난 9일, 베이징 서부 런민대학 근처 서점 우요우즈샹. 중국 좌파의 근거지로 꼽히는 이곳에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퇴임 언론인, 퇴직 교수, 사업가, 대학생까지 다양한 계층과 연령의 100여명이 ‘마오 주석이 없었다면 신중국도 없었다’ ‘마오 사상이 중국을 구한다’는 등의 구호가 적힌 좁은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
마오쩌둥 시대에 대한 그리움과 중국의 현실에 대한 비판들이 잇따라 쏟아졌다. 국영기업에서 퇴직했다는 40대의 리아무개씨는 “중국 사회가 급격한 시장화로 무력감에 빠지고 공평정의가 사라졌다”고 성토했다. 그는 “마오쩌둥 서거 이후 중국에서 사유화가 급격하게 진행돼 국영기업들이 비밀스럽게 국유자산을 팔아넘기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의료비와 퇴직연금 등 사회보장 혜택을 모두 잃고 경영진들만 막대한 이익을 얻는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학강사는 “마오 시대 30년이 없었다면 현재 중국의 경제적 발전과 성공은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마오 시대 30년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중국 사회는 양심이 없다.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대한 고려, 사회의 정의를 세우기 위해 중국은 마오 사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인민해방군 병사 출신으로 현재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스아무개씨는 “나는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1970년대에 군에 들어갔다. 나는 가난했지만 간부의 아이들과 같이 공부하고 군에서 생활했으며, 주위엔 아무런 부정부패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참석자들은 부정부패 만연, 극심한 빈부격차, 끊이지 않는 탄광사고, 환경파괴 등을 급격한 개혁개방의 부작용으로 비판했다. 문화대혁명 시대에 대한 당국의 공식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퇴직 공무원, 국유기업 노동자, 농민 등 급격한 시장화로 피해를 입은 계층에선 마오주의에 대한 향수가 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2만명이 넘는 인파가 천안문(톈안먼) 광장의 마오주석기념관을 방문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기념관 직원 추펑밍은 “평일보다 두배의 인파가 몰렸다”며 “이는 사람들의 마오 주석에 대한 열렬한 사랑과 존경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아침 일찍부터 꽃다발 등을 들고 긴줄을 서서 기다렸다.
물론, 중국 사회의 한편에선 이와 반대로 자유주의적 개혁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정치·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우파’의 목소리도 강하다. 경제위기 속 개혁개방 30년의 교차로에 선 중국에선 미래를 둘러싼 좌우의 대립이 팽팽하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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