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극장가가 건국 60주년의 애국 열기로 뜨겁다.
1949년 공산당의 승리 과정을 그린 <건국대업>이 지난 16일 개봉 첫날 1500만위안(약 27억원)의 흥행 수입을 올린 데 이어 지난주말까지 1억5000만위안(약 270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 영화는 중국 영화 사상 최대인 5억위안(약 890억원) 이상의 흥행 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국대업>은 1945~1949년 중국 대륙의 운명을 둘러싼 공산당과 국민당의 대결을 그린다. 즉 미국의 막대한 지원과 압도적인 병력을 가지고도 몰락해가는 국민당과 악조건 속에서도 농민과 여러 민주당파 정치세력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선포하게 되는 공산당 지도자들의 영웅적 면모를 보여주는 ‘홍색 블록버스터’다.
중국 정부와 언론의 전폭적인 지원과 홍보 속에 이 영화는 중국의 모든 영화관에서 상영되며 스크린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청룽, 류더화, 리밍, 리롄제, 장쯔이, 장원 등 중화권 스타 배우 172명이 작은 배역이라도 맡아 총출동했다. 출연료도 받지 않았다.
실제 영화에는 너무 많은 역사적 사건들과 인물들이 ‘주마간산’식으로 등장해 감동을 논하긴 힘들다. 그러나 중국 관객들은 관심 있는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 배우가 나올 때마다 한숨과 웃음을 쏟아내며 영화에 빠져든다. 특히 최근 중국-대만의 화해 분위기가 적극 반영돼, 공산당의 적수였던 장제스, 장징궈 대만 총통 부자를 긍정적으로 묘사한 부분이 눈에 띈다.
<건국대업>을 평하는 온라인 토론방에선 젊은 관객들의 자유로운 토론도 벌어지고 있다. 감동적이고 배우들이 훌륭하다는 호평도 많지만, 뻔한 선전영화 스타일이라는 비평도 적지 않다. “이상주의와 열정이 넘치던 당시는 신중국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권력을 가지자 그들은 변했다”며 현재 중국의 상황을 환기시키기도 한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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