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 내 ‘노선 경쟁’
‘후진타오-원자바오’ 연합 조화사회 강조
‘상하이방-태자당’, 경제성장 가속화 요구
“파벌 싸움은 당내 민주화 산물” 해석도
‘상하이방-태자당’, 경제성장 가속화 요구
“파벌 싸움은 당내 민주화 산물” 해석도
건국 60주년을 맞은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 내에서 중국의 미래를 둘러싼 막후 ‘노선 투쟁’이 격렬해지고 있다.
‘조화사회’를 강조하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파와 원자바오 총리 연합, ‘성장’을 우선시하는 상하이방과 태자당의 연합 세력이 주요 경제·사회정책을 둘러싸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뉴스위크> 최신호(10월5일치)가 보도했다. 인맥 중심으로 존재하던 중국 공산당내 파벌이 경제위기 이후 구체적 정책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 성장과 분배의 경쟁 핵심 격전장은 경제정책이다. ‘후진타오-원자바오’ 연합은 ‘선부론’에 입각한 지난 30년 개혁개방 정책의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해 ‘조화사회론’을 강조하며, 사회보장제도 강화, 소외됐던 서부개발 등 성장과 분배의 균형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개혁개방의 대표적 수혜자들인 상하이방-태자당 연합은 기존의 연안 대도시와 수출 중심 모델을 통한 경제성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경제위기 이후 4조위안의 경기부양자금을 둘러싸고도, 상하이방-태자당 연합은 전통적 수출기지인 창장과 주장 삼각주의 수출산업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후-원’ 연합은 부양자금의 4분의 1을 서부 쓰촨대지진 피해지역 복구자금으로 투입했고, 일반인들의 구매력을 높여 내수 위주 성장으로 전환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후진타오의 총애를 받는 공청단파의 차세대 주자, 왕양 광둥성 당서기는 최근 작심한 듯 일부 지방 정부들이 성장률에만 지나치게 관심을 쏟고 있다며, “그들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높이려고 불필요한 다리를 건설하고 부수고 다시 건설하는 엄청난 낭비를 하고 있다”고 일부 간부들을 직접 겨냥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최근 태자당의 차세대 주자인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가 대대적으로 벌인 ‘범죄와의 전쟁’은 파벌간 충돌의 상징적 사건으로 해석된다. 보시라이 당서기는 범죄조직과 유착한 충칭시 사법국장 등 고위 간부들을 엄단했는데, 이는 2005~2007년 충칭시 당서기를 지낸 왕양 광둥성 당서기 세력을 제거하는 권력투쟁의 성격을 보이고 있다.
■ 중·미관계, 지구온난화도 영향권 두 세력의 경쟁은 중국의 미국 국채 매입과 지구온난화 대응 등 세계의 운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태자당-상하이방’은 자유무역을 통해 벌어들인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미국 국채 매입에 투자하는 기존 정책을 지지한다. 반면, 성장 유지를 중시해 기후변화에는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인다. ‘후-원’ 연합의 정책이 강화되면 서구와의 갈등이 고조되더라도 국내 이익을 중시하면서 미국 국채 대량 매입을 꺼리는 쪽으로 전환할 수 있다. 반면, 지구온난화 방지 등 환경보호 정책은 힘을 받게 된다.
중국 공산당 1당 체제 안에서 치열해지고 있는 두 노선의 경쟁은 후진타오 주석이 강조하고 있는 ‘당내 민주화’의 산물이라는 해석도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중국 전문가인 리청은 이들 두 노선의 경쟁은 장기적으로 중국이 양당 또는 다당 체제로 변화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두 파벌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공산당 1당체제에 균열이 생기지는 않도록 계파를 철저히 안배하는 등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중국 공산당 1당 체제 안에서 치열해지고 있는 두 노선의 경쟁은 후진타오 주석이 강조하고 있는 ‘당내 민주화’의 산물이라는 해석도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중국 전문가인 리청은 이들 두 노선의 경쟁은 장기적으로 중국이 양당 또는 다당 체제로 변화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두 파벌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공산당 1당체제에 균열이 생기지는 않도록 계파를 철저히 안배하는 등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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