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 부자마을인 장쑤성 화시촌, 줄지어 늘어선 유럽식 저택들은 마을에서 주민들에게 무료로 분배해준 것이다. ‘사회주의 신농촌’의 성공 모델로 꼽히는 이곳은 이제 중국 전역에서 관광객이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31년전부터 마을·화시그룹 공동소유
모든 가구 집·의료·교육 무상 혜택
외지인 농민공은 같은 대우 못받아
모든 가구 집·의료·교육 무상 혜택
외지인 농민공은 같은 대우 못받아
중국 장쑤성 장인시 화시촌은 중국인들이 꿈꾸는 ‘무릉도원’이다.
마을에 들어서면 중심에 15층짜리 진타(금탑)호텔이 우뚝 서 있고, 잘 정돈된 가로수 사이로 난 길마다 붉은 지붕을 인 서양식 2층 빌라들이 줄지어 있다. 저택들은 건평 400㎡-600㎡의 규모이고, 주차장엔 고급차들이 주차돼 있다. 주민들의 평균 연간소득은 20만위안(약 3430만원)으로 중국 평균 3000달러(약 350만원)의 10배다. 마을 한쪽에선 초대형백화점과 공연장, 고급 아파트 등으로 쓰일 72층(328m)짜리 초고층건물 ‘공중 신농촌’ 공사가 한창이다.
화시촌은 ‘사회주의 공유제’를 통해 중국 제일의 부자 마을이 됐다. 1978년말 이 마을 주민 1000여명은 개인들의 자산을 향진기업에 투자하고 이를 공동소유로 했다. 빚을 지지 않고 투자를 확대하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새로운 실험이었다. 주민들은 마을의 모든 자산과 ‘화시그룹’이라는 대기업을 공동 소유한 이 마을의 주주들이다. 매년 말 주민들은 지분과 노동 실적에 따라 마을로부터 배당금을 받는다. 마을은 모든 가구에 집과 차, 무료 교육·의료·양로 혜택을 제공한다.
소유와 복지는 철저하게 사회주의 시스템을 고수하지만, 돈을 시장경제를 능숙하게 활용해 벌어들인다. 향진그룹인 ‘화시그룹’ 산하에는 철강, 알루미늄, 섬유, 건설, 물류 등 60여 기업이 있고, 이중 일부는 선전증시에 상장돼 있다. 화시그룹은 지난해 500억위안(73억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연말에 주식 배당금을 받는 주민들은 이중 80%는 다시 회사에 재투자해 기업을 계속 확장해 나간다.
1961년 1㎢도 안되는 좁은 황무지 위의 생산대로 시작한 화시촌에서 ‘사회주의 모범 농촌’의 기적을 만든 것은 ‘화시촌의 덩샤오핑’이라 불리는 우런바오(82) 전 서기다. 우런바오는 문화대혁명의 서슬이 퍼렇던 1969년 비밀리에 주민들을 모아 작은 철물공장을 세웠다. ‘자본주의 추종자’로 몰려 박해도 받았지만, “주민들이 부유하고 행복해지는 게 중요하다”며 ‘지하공장’ 운영을 포기하지 않았다. 1979년 개혁개방이 시작되자 이미 시장경제의 기반을 갖추고 있던 화시촌의 향진기업들은 고속성장을 시작했다.
마을 토박이로 화시동업공사의 부사장을 맡고 있는 자오쥔(41)은 “어린 시절에는 네식구가 농사를 지으며 방 두칸에서 어렵게 살았다”며 “지도자인 우런바오 전 서기를 중심으로 마을 주민들이 단결해 개혁개방의 기회를 잡아 발전을 이뤘고, 지금의 생활은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한다. 대리석이 깔리고 대형 벽걸이 텔레비전이 걸린 그의 호화로운 집은 “다른 마을 주민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 지난해 그의 연 소득은 30만위안(약 5,300만원), 보유한 화시촌 주식의 가치는 300만위안이 넘는다. 20살 대학생인 아들의 학비도 모두 마을에서 대준다.
6일 만난 화시촌의 우셰언 당서기는 “사회주의냐 시장경제냐가 아니라, 주민들을 행복하고 부유하게 만들 방안을 계속 실시해 왔다”며 “한국이나 싱가포르에도 가서 발전을 위해 필요한 방안들을 배워 실천해왔다”고 말했다. 2003년 주민투표로 당서기에 당선된 우 서기는 우런바오 전서기의 아들이다.
화시촌은 이제 관광산업 등 서비스 산업 발전을 통한 제2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화시촌은 이미 연간 20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명소가 됐다. 화시촌의 성공 경험 자체가 최대 관광상품이다. 관광객들은 진타호텔 꼭대기 전망대에 올라 ‘사회주의 신농촌’의 발전상에 감탄한 뒤 우런바오 전 서기의 강연을 듣는다. 마을 광장에선 “기적을 보고 싶으면 사회주의 낙원 화시촌에 오라”는 노래가 울려퍼진다. 사회주의와 시장경제를 절묘하게 결합해 성공했지만, 원주민과 농민공 사이의 빈부격차 문제를 안고 있는 화시촌은 중국식 발전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이 마을의 2만여 농민공들에게 3만5천여 원주민들이 누리는 윤택한 생활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우셰언 당서기는 “외지인도 화시촌에 들어오면 모두 화시인이다. 월급도 똑같고 외지 아이들도 이곳에서 똑같이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주식 배당금 등 원주민들이 누리는 주주로서의 혜택은 받을 수 없다고 인정했다. “혼자서 잘 사는 것은 진정한 부가 아니다. 전체가 잘 살아야 비로소 부유한 것”이라는 이 마을의 유명한 구호로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다. 화시촌은 중국 농촌을 빈곤에서 구해낼 발전모델이 될 수 있을까? 마을의 영웅으로 존경받는 우런바오 전 서기는 6일 기자회견에서 ‘화시모델’이 중국의 다른 농촌에도 적용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화시의 발전은 이 곳의 특색을 살린 결과다. 다른 지역들은 ‘실사구시’에 따라 모방이 아니라 자신들의 특성에 맞는 길을 찾아야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시촌(장쑤)/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중국 최고 부자마을인 장쑤성 화시촌.
화시촌은 이제 관광산업 등 서비스 산업 발전을 통한 제2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화시촌은 이미 연간 20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명소가 됐다. 화시촌의 성공 경험 자체가 최대 관광상품이다. 관광객들은 진타호텔 꼭대기 전망대에 올라 ‘사회주의 신농촌’의 발전상에 감탄한 뒤 우런바오 전 서기의 강연을 듣는다. 마을 광장에선 “기적을 보고 싶으면 사회주의 낙원 화시촌에 오라”는 노래가 울려퍼진다. 사회주의와 시장경제를 절묘하게 결합해 성공했지만, 원주민과 농민공 사이의 빈부격차 문제를 안고 있는 화시촌은 중국식 발전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이 마을의 2만여 농민공들에게 3만5천여 원주민들이 누리는 윤택한 생활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우셰언 당서기는 “외지인도 화시촌에 들어오면 모두 화시인이다. 월급도 똑같고 외지 아이들도 이곳에서 똑같이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주식 배당금 등 원주민들이 누리는 주주로서의 혜택은 받을 수 없다고 인정했다. “혼자서 잘 사는 것은 진정한 부가 아니다. 전체가 잘 살아야 비로소 부유한 것”이라는 이 마을의 유명한 구호로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다. 화시촌은 중국 농촌을 빈곤에서 구해낼 발전모델이 될 수 있을까? 마을의 영웅으로 존경받는 우런바오 전 서기는 6일 기자회견에서 ‘화시모델’이 중국의 다른 농촌에도 적용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화시의 발전은 이 곳의 특색을 살린 결과다. 다른 지역들은 ‘실사구시’에 따라 모방이 아니라 자신들의 특성에 맞는 길을 찾아야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시촌(장쑤)/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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