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민족주의 경계” “일본기업 의식” 분석
중국에서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100돌을 맞아 추진됐던 기념행사들이 중국 당국의 불허로 무산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오는 25일 열릴 예정이던 뤼순감옥 안의 항일열사기념관 개관식이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해 열리지 못하게 됐다. 광복회를 비롯한 안중근 기념사업 단체들은 하얼빈 의거 100돌을 맞아 25일 뤼순감옥에서 기념관 개관식을 열기 위해 지난 7월부터 행사를 준비해 왔다. 광복회 등이 예산을 지원해 건립해 최근 관람객들에게 공개된 이 기념관은 ‘국제항일열사기념관’이라는 명칭을 붙였지만, 안중근 의사를 중심으로 단재 신채호 선생 등 뤼순감옥에서 숨진 우리 독립운동가들의 유물과 사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한국독립기념관과 조선민족예술관이 26일 하얼빈에서 개최할 예정인 의거 100주년 기념식도 기념 공연이 불허돼 행사가 축소됐다.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하얼빈시 부시장이 참석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면서 주선양 한국총영사 등 우리 정부 관계자들의 참석도 어려워 기념식은 민간행사로만 치러지게 됐다.
중국 당국은 의거 100돌 기념행사를 민간 차원의 학술토론회로 제한하고 있다. 중국에서 열리는 안 의사 의거 100돌 관련 행사는 21일 하얼빈사회과학원 주최로 개최된 ‘20세기 하얼빈과 한국’ 토론회와 27일 하얼빈에서 열리는 학술대회 등이다. 우리 쪽은 한국-하얼빈 우호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21일 토론회에 안중근이란 명칭을 넣으려 했으나 중국 쪽은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한국 쪽이 하얼빈 의거 관련 행사를 떠들썩하게 여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중국의 한 안중근 연구자는 “최근 한국 언론에서 간도협약 100돌을 떠들썩하게 보도한 뒤 중국 정부가 조선족들의 민족주의가 강화될 가능성에 대해 매우 예민해졌다”며 “특히 올해 신장위구르 사태 등으로 중국 정부가 민족 화합에 매우 신경을 쓰고 있어, 한국 단체들이 대규모로 중국에 와서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기념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뤼순감옥이 위치한 다롄의 한 소식통은 “다롄에는 일본 기업들이 대규모로 투자를 하고 있어, 시 정부가 안중근 문제로 일본과 사이가 껄끄러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광복회가 항일열사기념관 건립 자금을 지원했지만 환율 변화로 애초 약속했던 돈을 다 지원하지 못하면서 뤼순감옥 쪽이 기념식 개최를 꺼리는 것도 한 원인으로 알려졌다.뤼순 하얼빈/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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