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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국 시골 점령한 ‘짝퉁 전기자동차’

등록 2009-10-27 20:15

중국 치루이자동차의 소형차 큐큐(QQ·사진 오른쪽)의 외관을 그대로 모방한 산자이 자동차가 산둥성 시골지역 거리를 달리는 모습, 산자이 자동차에는 차량번호판이 있어야 할 자리에 스펑전동차라는 광고판이 붙어있다.  <CCTV> 화면
중국 치루이자동차의 소형차 큐큐(QQ·사진 오른쪽)의 외관을 그대로 모방한 산자이 자동차가 산둥성 시골지역 거리를 달리는 모습, 산자이 자동차에는 차량번호판이 있어야 할 자리에 스펑전동차라는 광고판이 붙어있다. 화면
산둥에서만 10만대 판매 ‘인기’
가격 싸고 면허증도 필요없어
기술·안전성 문제 비판 쏟아져
중국 산둥성 시골지역인 랴오청의 도로 위에는 이상한 차들이 굴러다닌다. 중국의 베스트셀러 자동차인 소형차 큐큐(QQ), 또는 메르세데스의 소형차 스마트와 똑같은 모습이지만, 자세히 보면 어딘가 어설프다. 더욱 이상한 것은 이 차들에는 차량번호판이 없고 그 자리에 작은 광고가 있으며, ‘전동차(전기자동차)’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폭로한 중국 시골지역을 ‘점령’한 산자이(山寨·짝퉁·모방품) 자동차들의 모습이다. 올해 중국내 자동차 판매가 급증해 중국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시골 지역을 중심으로 산자이 자동차들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중국중앙텔레비전>은 올해 산둥에서만 10만대가 넘는 산자이 전동차가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랴오청의 현지 경찰들은 아직 전기자동차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 산자이 자동차들은 번호표나 면허증, 보험도 필요 없고 도로통행료도 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가격도 2만위안 정도로 저렴해 많은 주민들이 구입하고 있다.

산자이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들은 대부분 비좁고 허름한 건물 안에 변변한 기계 설비도 없이 바퀴와 전동장치, 그리고 일반 소형차를 그대로 베낀 껍데기를 조립해 차를 생산한다. 한 공장의 사장은 판매계약서를 보여주면서 이미 수천대를 팔았으며 전국 각지로 팔려나갔다고 말한다. 산자이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은 산둥, 장수성 등에서 계속 늘고 있으며, 산둥에만 20여개 기업이 있다.

아직은 조잡한 품질의 산자이 자동차는 구매력이 충분하지 않지만 새로운 교통수단을 원하는 농촌의 현실과 맞아떨어진 ‘히트상품’이다. 중국 최대의 농업용차량생산기업이자 산자이 전동차를 생산하고 있는 산둥스펑그룹의 린롄화 회장은 <중국중앙텔레비전>에 “농촌과 지방도시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했기 때문에 이런 전동자동차를 만들고 있다”며 “원가 절감을 위해 디자인을 중시하지 않고 현재 나와 있는 소형차의 외관을 모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방 정부들도 ‘경제 성장’이라는 명분으로 교통안전법에 위배되는 이들 차량이 도로를 달리는 것을 눈감아주고 있다. 산둥성 가오탕현 류핑 부현장은 “전기차 산업은 이제 막 발전을 시작하는 단계여서 현에서 농민들이 구매하도록 격려하고 경찰들도 (교통법규) 조사를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도가 나온 뒤 ‘이제는 자동차까지 산자이가 판친다’는 탄식과 함께 기술과 안전 문제에 대한 비판이 분출하고 있다. 한 국영 전동차 회사 관계자는 “이전에 자동차를 만들어본 적이 없는 기업들이 최근 산자이 전동차를 만드는 데 뛰어들고 있지만, 자동차의 기본 원리조차 모르고 만드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중국정법대학 행정소송법연구소 가오자웨이 소장도 “지방정부가 이익을 위해 도로교통안전법을 위반하는 것은 공민의 교통안전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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